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던 한 사무관이 로스쿨 진학을 위해 사표를 냈다. 행정고시(행시) 출신 3년 차 사무관의 이직 소식에 관가가 술렁였다.
공직 생활을 십수 년 하며 경험과 인맥을 충분히 쌓은 과장급 이상 관료들이 이직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는 젊은 사무관들까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례가 늘면서 공직사회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행시에 합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벗는 '탈(脫) 공무원' 현상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 고위 관료는 "정부 부처가 밀집해 있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시작된 20·30대 사무관 이직과 퇴사가 이제는 서울, 지방 불문하고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사명감 대신 고연봉·워라밸 찾아 떠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소속 한 사무관이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 행시에 합격한 지 1년 만이다. 더 화제가 된 건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는 점이다.
같은 해 또 다른 기재부 사무관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로 이직했고, 금융위원회 소속인 한 사무관도 지난 2일부터 두나무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업비트와 경쟁하는 빗썸도 금융위 출신 사무관을 영입하는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엘리트 관료를 빨아들이는 신흥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17일 인사혁신처 통계에 따르면 부임 5년 미만인 공무원 퇴직자는 2017년 5181명에서 2021년 1만693명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이 수치가 1만명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한국행정연구원 국정 데이터 조사 센터에서 발표한 '공직생활 실태조사로 살펴본 MZ세대 공무원 인식' 보고서도 20대 5급 공무원 중 61.7%가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시 출신 사무관이 퇴사 후 새로 선택한 길은 유학, 로스쿨 진학, 이직 등으로 다양하지만 관료 신분을 벗어던지게 된 이유는 엇비슷하다. 업무 난이도나 책임에 비해 임금은 적고 승진도 늦어 더 버티기 힘들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MZ세대는 사명감보다 워라밸(업무와 일상이 균형을 이룬 삶)을 중시해 야근과 특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금전적 보상은 적은 공무원 조직 문화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취업 심사를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공직 생활을 접는 사례도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에 대해 업무 연관성 높은 기업으로 이직할 때에는 유예기간을 두고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젊은 사무관들이 주로 포진한 5급 이하는 심사 대상이 아니어서 이직하기 수월하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20·30대 공무원들은 우리 때와 달리 조직에 대한 애착이 약하다"며 "개인적 삶의 질만 추구하는 행태를 보이거나 외부 이직 등을 위해 다른 자격증 준비에 몰입하는 사례도 빈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수당·재택 허용?···혁신 없인 MZ세대 못 잡아
문제는 공직사회 미래를 짊어져야 할 5년 차 이하 사무관 이탈을 막고 복무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향후 공무원들에게 성과급 지급 시 동료 평가를 반영하고 원격근무 등 근무형태 유연화를 시범 도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직무 중요도와 난이도가 높은 직위에 보임하면 직급별 최대 10만~20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도 허용한다는 식인데 MZ세대 마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했던 공무원 연금제도마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편되면서 경쟁력을 더 잃었다. 공무원은 더 이상 평생 직장이 아니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앙부처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료는 "MZ세대가 공직사회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조직문화 혁신 없이는 이들이 조기 퇴직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며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계획도 절박함에서 나온 조치"라고 전했다.
그는 "공직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해 젊은 관료들 불만도 커지고 있어 흐름을 바꿀 거대한 변화가 절실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관료사회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직 생활을 십수 년 하며 경험과 인맥을 충분히 쌓은 과장급 이상 관료들이 이직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는 젊은 사무관들까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례가 늘면서 공직사회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행시에 합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벗는 '탈(脫) 공무원' 현상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 고위 관료는 "정부 부처가 밀집해 있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시작된 20·30대 사무관 이직과 퇴사가 이제는 서울, 지방 불문하고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사명감 대신 고연봉·워라밸 찾아 떠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소속 한 사무관이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 행시에 합격한 지 1년 만이다. 더 화제가 된 건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는 점이다.
같은 해 또 다른 기재부 사무관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로 이직했고, 금융위원회 소속인 한 사무관도 지난 2일부터 두나무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업비트와 경쟁하는 빗썸도 금융위 출신 사무관을 영입하는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엘리트 관료를 빨아들이는 신흥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17일 인사혁신처 통계에 따르면 부임 5년 미만인 공무원 퇴직자는 2017년 5181명에서 2021년 1만693명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이 수치가 1만명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한국행정연구원 국정 데이터 조사 센터에서 발표한 '공직생활 실태조사로 살펴본 MZ세대 공무원 인식' 보고서도 20대 5급 공무원 중 61.7%가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시 출신 사무관이 퇴사 후 새로 선택한 길은 유학, 로스쿨 진학, 이직 등으로 다양하지만 관료 신분을 벗어던지게 된 이유는 엇비슷하다. 업무 난이도나 책임에 비해 임금은 적고 승진도 늦어 더 버티기 힘들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MZ세대는 사명감보다 워라밸(업무와 일상이 균형을 이룬 삶)을 중시해 야근과 특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금전적 보상은 적은 공무원 조직 문화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취업 심사를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공직 생활을 접는 사례도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에 대해 업무 연관성 높은 기업으로 이직할 때에는 유예기간을 두고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젊은 사무관들이 주로 포진한 5급 이하는 심사 대상이 아니어서 이직하기 수월하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20·30대 공무원들은 우리 때와 달리 조직에 대한 애착이 약하다"며 "개인적 삶의 질만 추구하는 행태를 보이거나 외부 이직 등을 위해 다른 자격증 준비에 몰입하는 사례도 빈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수당·재택 허용?···혁신 없인 MZ세대 못 잡아
문제는 공직사회 미래를 짊어져야 할 5년 차 이하 사무관 이탈을 막고 복무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향후 공무원들에게 성과급 지급 시 동료 평가를 반영하고 원격근무 등 근무형태 유연화를 시범 도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직무 중요도와 난이도가 높은 직위에 보임하면 직급별 최대 10만~20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도 허용한다는 식인데 MZ세대 마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했던 공무원 연금제도마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편되면서 경쟁력을 더 잃었다. 공무원은 더 이상 평생 직장이 아니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앙부처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료는 "MZ세대가 공직사회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조직문화 혁신 없이는 이들이 조기 퇴직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며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계획도 절박함에서 나온 조치"라고 전했다.
그는 "공직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해 젊은 관료들 불만도 커지고 있어 흐름을 바꿀 거대한 변화가 절실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관료사회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