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오는 3월 공식 출범하는 새 지도부와 함께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지난해 GDP 3.0% 성장···1976년 이후 46년 만에 최악 성적표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레이딩이코노믹스가 예상한 전망치 2.8%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5.5% 안팎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역대로는 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20년(2.3%)을 제외하면 문화대혁명(1966~1976)이 끝난 해인 1976년(-1.6%)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성적이기도 하다.
사실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를 예상했다.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정책인 '제로코로나'로 인해 중국 경제가 고꾸라지면서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뒤늦게 위드코로나 전환에 나서며 경제 회복에 총력전을 벌였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를 단시간에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전 분기(3.9%) 대비 더욱 둔화된 결과며,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등이 집계한 전망치(1.8%)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상하이 봉쇄가 한창이던 지난해 2분기(0.4%)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다.
분기별 중국 GDP 성장률은 2021년 1분기 18.3%로 정점을 찍은 후 같은 해 2~4분기에는 각각 7.9%, 4.9%, 4% 등 큰 폭으로 둔화세를 보이다 2022년 1분기에 4.8%로 반등했다. 하지만 2분기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0.4%로 급전직하했고 봉쇄 조치가 완화된 후 3분기에 다시 3.9%를 기록했다. 그러나 4분기 위드코로나로 갑작스럽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중국 경제가 입은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개선된다지만 올해도 녹록지 않은 환경···경기 회복에 '총력전'
위드코로나로 전환한 중국은 경제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는 3월 4일 개막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공식 발표될 성장률 전망치를 '5~6%대'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12일 중국 국무원 싱크탱크인 과학원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6%대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이 직면한 대내외적 환경을 감안하면 5~6% 성장률 달성 역시 쉬운 과제는 아니다. 기저효과가 더해진다고 해도 쉽지는 않다. 여전히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전망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도 다수다.
중국 GDP에서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때리기 여파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제로코로나에 따른 봉쇄가 이어지면서 내수 경기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구도 61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고 출산율도 1949년 건국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인구 위기도 앞당겨졌다.
뿐만 아니라 3년간 완전 봉쇄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방역 비용 등으로 지방 정부들은 빚더미에 오른 상황이고 중국 경제를 견인해온 수출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12월 중국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9.9% 줄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2월(-17.2%)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수출과 더불어 중국 3대 경제성장 엔진으로 평가되는 투자와 소비는 지난해 12월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지난해 1~12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고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8% 감소했다.
이제는 중국의 성장동력은 중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중국 금융전문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 경제가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며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제 차질과 이에 따른 정책 폐지로 중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장 모멘텀은 정부가 경제를 본궤도로 돌려놓기 위해 어떤 부양책을 얼마나 내놓을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저우하오 궈타이쥔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해 중국 GDP 증가율은 올해 경제가 회복할 수 있는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며 "경제 회복이 추진력을 얻고 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