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연구소 정문에서부터 보안이 삼엄했다. 보안요원이 기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와 노트북 카메라를 보안 테이프로 밀봉하고 나서야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곳곳에 조성된 조경들이 인상적이었다. 연구소라는 딱딱한 느낌보다는 마치 대학교 캠퍼스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주차장에는 현재 개발 중인 현대차·기아의 신차들이 차양막을 두른 채 주차돼 있었다.
연구소에는 8000여명의 엔지니어, 디자이너를 포함한 직원들이 근무 중이며 신차 개발뿐 아니라 디자인, 시험 및 평가 등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날 테스트차량은 '아이오닉5'로 정면 고정벽을 충돌하는 시험이었다. 시험속도는 시속 64㎞/h 40% 옵셋 충돌이다. 서 있는 충돌벽에 부딪친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승객이 느끼는 속도는 100㎞를 넘는다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있는 여성 더미는 에어백 덕에 그대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개당 1억원 이상이 넘는 더미는 내부에 수십 개의 센서가 담겨 있어 충돌 유형별, 각 부분별 상해 정도를 가늠하는 인체 모형이다. 이번 테스트 목적은 덩치가 작은 여성 운전자들이 충돌했을 때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안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
신차가 출시될 때는 최소 100회의 충돌 테스트가 이뤄진다. 연간으로는 650회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1번 실험당 차값을 제외하고 2500억원이 든다. 현대차는 충돌 시험 전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충돌 해석 과정도 거치고 있다.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은 버추얼 차량 모델을 통해 슈퍼컴퓨터로 여러 충돌 상황을 구현하는 것이다. 한 건의 버추얼 시뮬레이션 과정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한 차종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만5000시간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 같은 혹독한 안전·품질 검증을 이어간 결과 현대차의 안전성은 글로벌 최고 수준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에서 26개 차종이 최우수 등급인 TSP+와 우수 등급인 TSP를 획득했다. 도요타(3위)와 포드(7위)를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안전성 2위를 기록했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는 "차량 출시 전 개발 단계별로 정면·옵셋, 차대차, 측면·후방 시험 등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차례 이상 진행함으로써 실제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99%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