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상우는 자유롭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시작으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숙명' '포화 속으로' '신의 한수-귀수편' 등을 통해 뭇 남성들의 롤모델로 떠올랐지만, 작품과 캐릭터의 한계를 느끼곤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멋짐'을 내려놓고 영화 '탐정' '히트맨' '두 번 할까요' 등 코미디 장르로 확장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며 보다 더 자유롭게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게 되었다.
영화 '스위치'(감독 마대윤)는 권상우의 매력을 십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안하무인 톱스타 '박강'이 우연한 사건으로 인생이 180도 뒤바뀌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권상우의 친근한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의 자신감처럼 영화 '스위치'는 많은 부분 권상우에게 기대곤 한다. 극 중 안하무인 톱스타와 극한 직업 매니저까지 1인 2역을 연기한 그는 실제 자기 모습이나 연기했던 캐릭터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극 중 '박강'이 겪는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지는 건 권상우의 상황과 닮아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소라게' 패러디 장면을 찍을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이게 과연 재밌을까?' 우려가 컸죠. 아무래도 저는 제 이야기를 볼 때 냉담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많은 분이 그 장면을 보고 웃어주셨고 그제야 안도할 수 있게 되었어요."
권상우는 극 중 '박강'의 유일한 친구이자 파트너인 '조윤'을 연기한 오정세와 실제로도 동갑내기 친구라고 밝혔다. 그는 영화 '탐정: 더 비기닝'(2015)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어 친구로 발전하게 되었다며 함께 연기하기만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당시 (오)정세씨가 '탐정: 더 비기닝'에 특별출연해주었어요. 제작사 대표님과 (오정세는) 친한 사이였는데 분당으로 무대 인사를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됐죠. (무대 인사 장소로 이동하는) 버스가 정세씨 부모님께서 하시는 슈퍼마켓을 지나가고 있었거든요.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고 있다'라고 하기에, '같이 무대 인사를 가자'라고 했더니 일하던 모습 그대로 버스에 타더라고요. 당시에도 정세씨는 유명한 배우였는데 거리낌 없었어요. 그 모습이 제게 큰 인상을 남겼고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졌죠. 그러던 중 아주 적절한 작품으로 만나게 되었고 함께 연기하면서 정말 즐거웠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고 또 다른 작품에서도 만나고 싶어요."
앞서 권상우는 영화 '스위치' 제작보고회에서 "처음으로 아버지를 생각했던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다른 애정을 가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아버지는 제가 태어난 뒤 6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전혀 없죠. 사진으로만 뵈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 속 유재명 선배님(극 중 '박강'의 아버지)과 저의 어린 시절 모습이 합성된 사진을 보는데 가슴이 마구 떨리더라고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아버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즐겁고 유쾌한 작품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특별한 감정을 느낀 작품인 만큼 자녀들에게도 '스위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고 말문을 떼며 아이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 아이들이 미국에 있어요. 지금 당장 (영화를) 보여 줄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꼭 보여주고 싶어요. 부성애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니 아이들도 (영화를 보며) 무언가를 느끼지 않을까요? 아빠가 배우라는 것에 관해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어요."
앞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한 권상우는 더욱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으로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도록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살피며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제 '멋진 역할'을 언제 했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 하하하. 제게 즐거움을 주는 시나리오들을 선택하다 보니 이런 결과물이 나온 거 같아요. '스위치' 개봉 뒤에는 '히트맨2'를 찍을 예정이고, 그다음 차기작으로 액션 멜로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코미디 장르가 아닌) 다른 모습도 보여드려야죠.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 장르를 품고 가되 중간중간 다른 모습들도 보여드리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는 차기작이라고 언급한 액션 멜로 영화를 직접 제작할 예정이다.
"마동석씨, 이정재 선배님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일찍이 영화 제작사를 설립했고 시나리오도 많이 개발해놓은 상태예요. 제가 감독까지 할 능력은 없지만 아이디어는 많거든요. 10년 전부터 쌓아놓았던 아이디어들로 시나리오 작업 중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성동일 선배님, 김희원 형님, 오정세씨와 같이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