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마니아 취향저격…설경구·이하늬·박해수·박소담 '유령', 극장가 홀린다

2023-01-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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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 언론시사회에 출연 배우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해영 감독, 배우 서현우,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설경구.[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영화 팬들의 가슴에 제대로 불을 지를 작품, '유령'이 온다.

1월 11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해영 감독과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가 참석했다.

영화는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과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이 의심을 뚫고 외딴 호텔을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담고 있다.

'경성학교' '독전' 등 스타일리쉬한 연출과 독보적인 미장센으로 영화 팬들을 사로잡은 이해영 감독의 신작. 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아름다운 미장센 등 자신만의 색채로 '유령'을 채워냈다.

이해영 감독은 "우리 영화를 '스파이 액션'이라고 소개하는데 목표했던 장르적 색깔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 같다. 스파이 장르로 이야기가 열리고 중후반부터 액션으로 뜨거워지며 역동적인 재미를 높여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전체적으로는 '캐릭터 무비'로 불리기를 바란다. 캐릭터 하나하나 빛나고 (배우들의) 호연이 이야기의 구심점이 되고 개연성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영화는 마이지아 작가의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소설이 중국 외딴 성에서 항일운동 스파이 '유령'을 색출하는 추리극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영화는 액션을 강조해 역동성과 장르적 재미를 높였다.

이해영 감독은 "원작 소설은 국내 정식으로 출간된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은 아마 거의 읽어보지 못했을 거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제안받았을 때는 막막했다. 원작은 밀실 추리극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누가 '유령'인지 파헤치는 게 클라이맥스다. 그러나 그 플롯은 저를 자극하지 못했다. 작품을 놓으려던 차에 '반대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더라. '유령'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상을 뒤집고 '박차경'(이하늬 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나갔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유령' 스틸컷[사진=CJ ENM]


영화는 격렬하고 치열한 액션을 보여준다.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준지' 역의 설경구와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의 맨몸 액션은 압도적인 인상을 남긴다. 눈에 띄는 점은 영화 속 '무라야마 준비'와 '박차경'의 액션이 기존 남녀 등장인물의 액션과 달리 동등한 입장에서 치열하고 묵직하게 펼쳐진다는 점.

설경구는 "오히려 제가 힘에 부쳤다"라며 "이하늬 씨가 팔다리가 길어서 버거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하늬는 "액션 신들은 촬영 후반부에 찍었다. 그 신을 위해 오랜 시간 연습했다. 체력이 필요했다. 연기도 체력이 되어야 하더라. 또 해당 장면이 힘의 실랑이가 있어야 하는 감정 섞인 액션이기 때문에 몇 테이크만 찍어도 힘들었다. '역도산'과 붙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 액션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 감독은 "무술감독과 이야기할 때 제가 첫 번째로 강조한 건 '성별 대결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점이었다. 남녀가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 않길 바랐고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려고 했다. '계급장 떼고 붙는다'라는 말처럼, 성별을 내려두고 서로 간 입장으로 싸우기를 바랐고 그렇게 설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하늬 씨가 걱정되어 '잘 케어하면서 찍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두 컷 찍고 나니 반대로 설경구 씨가 걱정되더라. '선배님 괜찮으신가?' 염려하기도 했다. 이하늬 씨는 마동석이었다"라고 거들었다.

'캐릭터 무비'처럼 보이기를 바란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유령'은 각각 캐릭터가 살아있는 작품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구성을 이루고 이들이 대립하고, 연대하며 만들어내는 연기 앙상블이 인상 깊다.

신임 총독의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를 연기한 박해수는 "폐 끼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외형적인 부분에서나, 내면적인 시기심과 질투심 같은 것들이 도전 의식을 불렀다"라고 털어놓았다.

영화 '유령' 스틸컷[사진=CJ ENM]


박소담은 총독부 정무총감 직속 비서, '유리코'를 연기한다. 영화 개봉 후 가장 관객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캐릭터로 각 인물과 치열한 대립과 연대를 그려낸다.

박소담은 "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했다. 끊임없이 고민했고 감독님께 '괜찮냐?'고 물어보곤 했다. '유리코'를 오래 준비하며 감독님이 믿어준 만큼 잘 해내고 싶었다. 오랜 시간 이 인물이 얼마나 힘들고 굳건하게 살아왔는지 집중해서 연기했다. 외로운 캐릭터였다. 스스로 많은 질문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 작품, 이 캐릭터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고 많이 떨린다"라고 말했다.

통신과 암호 해독 담당, '천은호' 계장을 연기한 서현우는 역할을 위해 체중을 증량하는 등 큰 노력을 기울였다.

서현우는 "우리 영화 안에서 '천은호' 계장이 해야 할 몫이 있었다. 감독님과 조율하는데 난도가 있었다. 장르와 분위기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들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이하늬와 박소담의 호흡은 '유령'의 중요한 포인트기도 하다. 두 사람의 갈등과 연대는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언급될 만큼 매력적이다.

박소담은 "이하늬 선배님과의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말이 왜 이렇게 기쁜지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하늬 선배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위안이 된다. 촬영할 때도 그렇지만 인간 박소담으로서도 그렇다. 극 중 '차경'의 대사인 '살아'라는 말이 제게 필요한 말이라서 그런 거 같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좋은 사람을 만난 거 같아서 행복했다"라고 털어놓았다.

배우 이하늬와 박소담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 언론시사회에서 소감을 말하던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당시 갑상선 유두암 투병 중이었던 박소담은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령' 팀에게 좋은 기운을 얻고 힘을 낼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박소담의 눈물에 이하늬와 이해영 감독 역시 울컥했다.

이해영 감독은 "영화의 빛나는 순간은 모두 배우들이 있었다. 어려운 촬영이 많았는데 정말 잘해줬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스타일리쉬한 연출과 매력적인 캐릭터, 배우들의 호연이 인상 깊은 영화 '유령'은 1월 1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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