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썰렁하네요. 전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해서 선 채로 입찰에 참가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지난 11일 오전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4별관 2층 입찰법정 211호. 복도에서 경매정보업체 직원 3~4명이 법정 밖을 서성이는 이들에게 경매정보지를 나눠 주고 있었다. 개정 시간인 10시가 다 됐음에도 150석이 넘는 좌석은 절반도 채 차지 않았다. 동작구에서 왔다는 50대 유모씨는 곳곳이 비어 있는 상황에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며 거래가 끊긴 부동산 시장과 판박이처럼 똑같다"고 말했다.
이날 입찰된 경매 물건 총 53건 중 낙찰된 것은 10건에 불과했다. 경매 낙찰보다는 분위기를 지켜보기 위해 찾은 이들이 많은 영향도 있어 보였다. 지난해부터 경매 공부를 시작한 손모씨(58·서초구 우면동)는 "오늘은 현장 분위기만 체감하려고 왔다"며 "집값 상승기에 무리하게 집을 구매했던 분들이 올해 상반기 말이나 하반기부터 매물을 많이 내놓을 듯해 그때 입찰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낙찰된 물건도 처음 입찰에 부쳐진 게 아니라 유찰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50~60%대에 불과했다. 이날 경매에서는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신림현대아파트 103동 물건에 가장 많은 18명이 응찰했다. 이 매물은 그간 세 번 유찰되는 동안 최저매각가격이 최초 12억6200만원에서 6억4614만원으로 떨어졌다. 결국 이 아파트는 8억61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주택을 최저매각금액인 1억7280만원에서 약 300만원을 더 써내 낙찰받은 한 경매 참가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과 가깝고 여유 자금도 있어 입찰했다"면서도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한 투자지만 현재 객관적인 시장 상황만 보면 좀 더 지켜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법원 경매 분위기는 최근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일 법원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2년 12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754건으로 이 중 483건이 낙찰됐다. 경매 입찰 물건 중 낙찰된 물건 비율을 뜻하는 낙찰률은 27.5%로 2004년 12월(27.3%) 이후 최저치다. 낙찰가율은 75%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76.5%를 기록해 9년 만에 처음으로 80% 선이 무너졌다.
2017년 아파트를 낙찰받았다는 이모씨(67·용산구 이촌동)는 "2017년만 해도 서울은 낙찰가율이 80%면 거의 다 낙찰됐다"면서 "요즘엔 기본적으로 2~3회는 유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