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연체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방안의 주요 내용은 재무적 곤란 발생 시 원금상환을 유예하고, 혹여 연체가 발생하면 담보권의 실행을 유예하며, 담보물 매매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쉽게 이야기해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의 연체가 발생할 경우 현행 2~3개월 내 바로 경매에 넘기는 방식에서 1년간 경매 매각 시점을 연기해 주고, 이 기간 동안 집을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얼핏 채무자에게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서민들이 담보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마련하고 있으며, 실직이나 폐업·질병으로 인해 장기간 수입이 끊겨 대출금 상환의 어려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연체로 인해 당장 살 집을 구하지 못한다면 1년 동안 경매를 유예해 준다니, 심각한 가계부채 위기 속에서 작은 안전판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실효성의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담보권 실행 유예 제도로 인해 본래의 경매를 통한 채권 회수 기간보다 기일이 길어져 금융사의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 설명에 따르면 담보권 실행 유예는 기본 6개월에 1회 연장해 최대 1년까지 연장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금융권에서 담보권을 실행할 때까지 평균 2~3개월, 경매 개시 이후 첫 번째 기일이 잡힐 때까지 7개월, 경매사건은 보통 1~2회 유찰되면 그 기간이 1~2개월 소요됨을 감안하면 연체 이후 경매로 집이 매각되기까지 최소한 1년 정도의 기간이 주어진다. 그 기간 안에 채무자와 합의가 있을 경우 얼마든지 경매 취하가 가능하다. 이 기간을 1년 유예해 준다는 것은 채무 발생 이후 최소 2년간 채권 회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리스크 발생에 대한 금융권의 대응이 주목되는 점이다. 제도 시행 이후 직접적인 대응은 없겠지만 채권 회수율이 악화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손해분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가계대출 한도를 줄인다거나 혹은 채권최고액의 상승, 보험가입 등의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가계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급증하는 가계주택 부실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이 필요한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폭압적인 경매 이미지에 매몰되어 경매에 대해 악의적인 제도로 없애거나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법원경매는 약자를 핍박하고 집을 빼앗는 약탈적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주택이라는 담보의 가치를 높여주고 원활하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신뢰도 높은 시스템이다. 경매라는 제도가 없다면 집을 담보로 과연 은행에서 지금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겠는가? 섣부른 시스템 변경으로 시스템 이용자 모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