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HUG 전세보증보험 맹점 노린 '빌라왕 사태' 속출…전문가 "임대인 자금상환력 사전 검증해야"

2022-12-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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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보험 누적 피해액 1조원 육박…보증배수도 60배 이하 기준 초과 위기

임대인·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 해소 필요…월세형 임대사업자 육성 제안도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제도의 문제점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빌라왕’ 사건 등 임차인을 상대로 한 전세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HUG의 재정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오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규모에서 HUG는 지난해 말 기준 93%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을보증보험(SGI)와 같은 민간 보증은 임대인 1명당 가입할 수 있는 주택 수를 1채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HUG는 임차인 보호라는 공적 기능이 우선하기 때문에 임대인의 주택 수와 관계없이 선순위 채권과 전세보증금이 주택 매매가보다 높지 않으면 전세반환보증금 보증을 저렴한 수수료에 가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후적 대책 성격인 현행 제도를 사전에 대비할 수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금 HUG의 보증보험제도는 쉽게 말해 계약금 다 넘겨주고 계약서를 받는 사후적 대책이 아니냐”면서 “먼저 임대인이 HUG에 등기부등본 등을 떼서 얼마나 보증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냐고 물어보고 확인서를 떼면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실제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문의성 확인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임대인의 자금상환력 등을 검증하는 사전적 시스템만이 전세 사기 방지와 전세시장 안정화, 세입자 보호까지 가능한 유일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형보다는 월세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 위원은 “지금 ‘깡통전세’로 대표되는 역전세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대사업자는 대체로 전세형 임대”라면서 “임대기간이 만기되면 채무상황을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임대인 정보가 임차인한테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양측 간의 정보 비대칭 해소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HUG가 보증 사고를 낸 전력이 있는 전세 사기 의심자에 대해 경고 기능을 공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전세 사기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10채 이상의 개인 명의로 된 다주택자들은 등록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범들은 전세 임차인 보호 목적으로 마련된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오히려 임차인을 안심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하며 누적 피해액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021년 5790억원에서 올해는 11월 현재까지 9854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임대인을 대신해 HUG가 보증금을 갚아준 대위변제 규모도 작년 한 해 5040억원에서 올해는 11월까지 7690억원으로 뛰었다.
 
피해 규모가 늘어나면서 HUG의 보증배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자기자본 대비 한도사용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HUG의 보증배수는 올해 말 52.9배를 기록한 뒤 내년 말 59.7배까지 오를 것으로 산출됐다.
 
주택도시기금법에는 ‘공사는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배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HUG는 어떠한 보증상품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들은 속수무책이다. 현재 보증 미가입자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신상 파악을 하기 어렵고, 피해 규모도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와 국토부는 지난 20일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피해 임차인에 대한 법률지원 방안을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HUG 등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주택도시기금에서 1억6000만원까지 연 1%대 저리로 긴급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자금이나 거주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에게는 HUG가 관리하는 임대주택 등을 최장 6개월까지 시세의 30% 이하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시거처로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1월까지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App)’을 출시하고, 임차인 ‘핵심 체크리스트’도 만들어 배포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HUG 등 공공기관의 사전 조사 기능이 보강되면 좋은데 조직을 키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국토부의 앱은 출시돼 봐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매매가나 전세가가 형성되지 않는 신축빌라에는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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