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방산 수출 수주액은 약 200억 달러(약 25조30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말까지 170억 달러(약 21조5000억원)를 돌파해 지난해 기록한 연간 최대 수출액 72억 달러(약 9조1000억원)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이러한 방산 수출 급증은 전 세계 방위산업 지각변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무기 수출은 2.8% 비중을 차지해 세계 8위에 올랐다. 우리보다 수출 상위에 있는 국가는 미국(39%), 러시아(19%), 프랑스(11%), 중국(4.6%), 독일(4.5%), 이탈리아(3.1%), 영국(2.9%) 등이다. 내년 수출 성과에 따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6위까지 진입 가능한 수준이다.
방산 수출을 주도한 핵심 무기들은 현대로템 ‘K2 전차(약 4조원)’를 비롯해 한화시스템 ‘K9 자주포(약 3조2000억원)’와 ‘K239 천무 다연장로켓(약 5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FA-50 경공격기(약 4조원)’, LIG넥스원 ‘천궁Ⅱ(약 2조6000억원) 등이 꼽힌다.
특히 내년에도 해당 무기들에 대한 추가 수주 낭보가 잇따를 전망이다. KAI는 말레이시아에 대한 FA-50 수출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조만간 수주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콜롬비아와도 FA-50 경공격기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레드백‘ 장갑차를 앞세워 호주 차세대 전투장갑차 수주전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노르웨이·이집트와 K2 전차 납품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방산산업을 신규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거들고 나섰다.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 이상을 확보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수입 무기에서 유럽과 러시아산 비중을 줄이려는 동남아와 동유럽에서 수요가 당분간 확대될 공산이 커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이는 국내 방산업계가 수출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주력 무기 성능 업그레이드와 신규 무기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마다 연구개발(R&D)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 인력 유입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수출 이익을 늘리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방사청에 따르면 완성 무기체계 국산화율은 지난해 77.2% 비중이나 엔진과 같은 핵심 부품은 수입산을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무기를 수출할 때 상대국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일정 규모로 보상을 해주는 절충교역에서도 우리나라는 수출 경쟁국보다 절충교역 이행 부담이 매우 크다. 올해 우리나라 무기 수출의 큰손이었던 폴란드는 계약 금액 100%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해 수입을 요구하고 있다. 절충교역 이해타산을 따져보지 않고 수출에 급급하면 자칫 방산 수출이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 밖에 무기 납기일이 기술 완성도 지연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늦춰지더라도 막대한 과징금을 물리는 ‘지체상금’ 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산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대형화·통합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필수 과제라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