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코레일-SR 통합, 결국 없던 일로…분과위, '판단 유보' 어정쩡한 결론

2022-12-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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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시 재논의 가능성 불씨 여전…정치적 판단 논란 될 듯

"경쟁체제로 운임할인 혜택" vs "양사 통합으로 중복비용 절감"

국토교통부는 코레일·SR 통합 여부 결정을 유보한다는 판단이 담긴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 평가 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가 현행대로 유지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복 비용을 명분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공기업 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경쟁체제 유지 여부에 대해 ‘판단 유보’ 결정을 내린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판단 유보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판단이라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특히 양사 간 통합의 불씨는 여전히 남겨둬 향후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운영기관의 비효율적 분리 운영에 따른 매년 수백억 원의 중복거래비용도 감당해야 한다”면서 “국토부는 ‘허울 뿐인 경쟁체제’ 유지를 위해 ‘국민 편익’을 끝내 외면했다”고 반발했다.
 
◆분과위, 1년 9개월 동안 20차례 이상 회의…“코로나 사태로 3년 평가 짧다”
 
분과위 종합의견의 핵심은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평가 기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이 2017~2019년까지 총 3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분과위는 철도산업 중장기 정책방향을 정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의 자문기구다. 국토부는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분석·평가를 위해 코레일과 SR, 국가철도공단 노사 대표 각 1인과 각 기관에서 추천한 민간전문가 등으로 분과위를 구성했다. 이들은 2021년 3월부터 20차례 이상 논의를 이어왔지만 결론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국토부는 분과위 내에서 경쟁으로 인한 국민 혜택이 늘었기 때문에 공기업 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첨예했다고 전했다.
 
경쟁체제 유지 입장의 주된 논거는 △코레일과 SR의 운임할인으로 이용자에게 연평균 1506억원의 추가 할인혜택이 제공된 점 △전체 고속철도 서비스의 양적 확대 및 품질 향상이 이뤄진 점 △SRT에 KTX보다 높은 선로사용료 체계가 적용된 데 따라 고속철도 건설자금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점 등이다.
 
이에 반해 통합 입장 측에서는 △연간 최대 406억원에 달하는 중복비용 절감 △서비스 이원화에 따른 이용자 불편 해소 △효율적인 운행계획을 통한 전체 고속철도 운행회수 증가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경쟁체제 유지 입장 측에서는 △서비스 이원화 불편 사항은 양사 협력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점 △운행횟수 증가는 선로혼잡도(현재 92.6%) 감안 시 실제 적용이 어려울 수 있는 점 등을 언급했다.
 
◆盧정부 때부터 文정부까지…만성적자 해소 위한 철도 ‘상하·수평 분리’ 구조개혁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는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도청 시절 철도 국유·국영체제에 따른 철도 적자구조 고착화와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2004년부터 추진된 철도산업 구조개혁 일환으로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철도산업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해 철도공단(시설 건설·관리)과 코레일(운영)을 설립해 상하 분리를 실현하고, 운영체제도 정부기관 직영(철도청)에서 공기업 경영(코레일)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편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의 운영독점에 따라 철도운영의 비효율이 철도 건설부채 누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자, 2013년 SR이 설립됐고, 2016년 12월 수서발 고속철도 개통으로 SRT 운행이 시작되면서 수평 분리가 진행되는 두 번째 변곡점을 맞게 됐다.
 
실제 코레일은 2005년 출범 이후 2012년까지 정부에서 4조3000억원을 지원했지만 매년 5000억원 내외의 영업적자로 부채가 2005년 5조8000억원에서 2012년 1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코레일은 SR 출범 이후인 2017년부터도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국가기간교통망 공공성 강화 및 국토교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평가가 포함됐다.
 
◆‘답정너’식 국토부 결론에 ‘들러리’ 선 분과위…元 “철도 경쟁 유도할 것”
 
이날 국토부의 분과위 결과 발표는 분과위의 ‘판단 유보’ 결정을 국토부가 ‘현행 경쟁체제 유지’로 해석하고 수용하는 모양샐ㄹ 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결론”이라며 “이후 경쟁체제와 관련한 새로운 연구용역은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관련 보도자료에서 “나라별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라며 “철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경쟁체제 유지에 힘을 실었다.
 
분과위는 당초 예상과 달리 17개 평가 항목에 대한 운영지표를 공개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분과위가 국토부의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논의 과정에서 코레일 노조를 대표하는 분과위원은 지난 16일 최종회의에 앞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토부는 분과위원들의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각 분야에서 추천된 인사들은 철도 분야에서 수십년 간 연구와 업무를 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과위 논의 과정에서 공기업 경쟁체제의 운임·서비스 개선, 철도 건설 부채 상환구조 마련이라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앞으로도 국민의 혜택은 더욱 늘리고 미비점은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과 SR의 분리에 따른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분리된 현재’와 ‘통합된 미래’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교하는데 분과위는 중요한 몇 가지 핵심 지표에 대해 ‘분리된 현재’와 ‘분리 이전의 과거’를 비교하고 있다”면서 “국토부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통합에 유리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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