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잠실 집주인도 수억대 보증금 토해낸다...갭투자 부메랑에 곳곳서 '곡소리'

2022-12-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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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표=아주경제 DB]

# 2년 전 전세 8억원을 끼고 14억원에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한 채를 매입한 A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 세입자가 해외 연수를 위해 집을 빼겠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A씨는 "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데 중개업소에서 인근 전셋값이 3억원 이상 떨어졌고 지금은 거래가 안 돼 남들보다 더 빨리 빼려면 보증금을 5000만~1억원 정도 더 낮추라는 말을 했다"면서 "집을 구매할 때 신용대출은 물론 2금융 대출까지 '영끌'한 상황이라 보증금을 돌려줄 길이 없어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 직장인 B씨는 이삿날을 앞두고 연락두절된 집주인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B씨는 "전세 연장과 관련해 집주인과 마찰이 생겨 결국 60일 전에 퇴거를 통보했고 지금은 이사갈 집 계약금을 지급했고 이삿짐센터와 이사 날짜까지 잡아 놓은 상황인데 집주인과 연락이 안 된다"면서 "당일 집주인이 돈을 돌려주지 못하면 서너 집이 이사를 못하게 되는데 뒤늦게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집주인이 갭투자자라는 사실을 알려줘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토로했다.
 
'강남 불패'를 자랑하던 서울 주요 지역에서 역전세 대란에 곡소리가 나고 있다. 직장, 학군, 교통 등 전세수요가 탄탄한 강남 4구는 그동안 갭투자자들이 몰리며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는데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거래절벽으로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곳곳에서 갭투자 부메랑을 맞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7일 8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1~12월 동일 면적 평균 전세거래 가격인 14억원과 비교하면 5억1000만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전용 84㎡ 최근 매매가(12월 5일)는 20억5000만원이다. 전세가와 갭 차이는 11억6000만원 정도인데, 이 단지는 1년 전만 해도 평균 매매가(22억~23억원)와 전세가격 차이가 8억~9억원에 불과해 갭투자 수요가 몰렸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5㎡ 전세도 지난 4일 6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1년 전 전세시세(12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현재 이 단지 매매가는 17억원 수준이다. 매매가격은 지난해 9월 23억7000만원에서 최근 17억원으로 28.3%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전세가격은 12억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45.8%나 하락했다. 이 단지 역시 지난해에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7억~8억원에 불과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지티 전용 85㎡도 지난해(5월) 20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비슷한 시기 매매가(30억8000만원)와 비교해 갭이 10억~11억원 선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전세대출 금리가 치솟고 강남권 신축 입주 물량이 늘면서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85㎡ 전세계약은 지난달 19일 14억5000만원에 체결돼 같은 달 매매가격(36억5000만원)과 비교해 22억원이나 차이 난다. 1년 만에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반포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은 학군수요가 워낙 탄탄해 집값이 떨어져도 전세 보증금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해 역전세가 나기 어려운 지역이었다"면서 "다만 최근 1~2년간 전셋값 상승 속도가 너무 빨랐고, 갭투자자도 일부 쏠려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갱신 시 집주인이 토해내야 하는 돈이 5억~6억원에 달하다 보니 경매 등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사를 앞두고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을 찾는 서울 지역 세입자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전년 동기(2954건) 대비 25.9% 증가했다. 2012년(3592건) 이후 역대 최고다. 지난 1월 202건에서 11월 580건으로 10개월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세입자 주거 안정 명목으로 활용된 전세대출제도와 금리 인하가 결과적으로는 전셋값을 높이는 레버리지로 작용해 지금과 같은 깡통전세와 역전세를 초래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값 80%까지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던 한국 고유 전세문화가 집값을 폭등시킨 불씨가 됐고, 지금은 역전세로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높은 집값을 지탱하던 전세대출 이자 부담 주체만 임차인에서 임대인으로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대출을 무리하게 축소하면 주거 안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인천 미추홀구청에서 열린 전세 사기대책 간담회에서 "집값이 급등하고 전셋값이 오르던 시기에 수백, 수천 가구씩 무리하게 투자를 해 서민 주거 환경이 위협받는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임차인 보호제도와 함께 금융과 주거 지원 형태를 보다 정교하게 제공할 수 있는 가구별 맞춤형 제도를 고안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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