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간 3년에 걸친 소송에서 대법원이 손 회장 손을 들어줬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두고 최고경영자(CEO)에게 내려진 징계는 끝내 무효가 됐다. 징계를 내린 금감원은 무리한 법 적용으로 민간 금융사로 하여금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5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2부는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문책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7월 진행된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도 손 회장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금융회사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최초로 설시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2019년 채권금리 급락으로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불러온 DLF 사태와 관련해 상품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대해 금감원이 내부통제 부실 등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를 내리면서 불거졌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총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가 확정되면 금융회사 임원은 금융사 취업이 3~5년 제한된다. 이에 손 회장은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금감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은행 측은 이번 결과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그동안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적극 수용해 대다수 고객들에 대해 보상을 완료하는 등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고 투자상품 관련 금융소비자 보호조치 등도 성실히 이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또 "은행 내부통제제도 개선의 선제적 반영과 금융시장 안정화, 취약 차주 지원 등 국가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당국과 긴밀한 소통 및 정책 협조로 금융산업 발전과 고객 보호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일찌감치 예견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감독당국이 손 회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을 당시 금융사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금융사 CEO 등 임원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었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에 방점을 찍어왔던 윤석헌 전 원장 시절 금감원이 상품 판매에 대한 절차·의사 결정에 경영진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지배구조법을 적용해 손 회장에게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후 금감원은 1심과 2심 패소에도 유사한 성격의 소송에서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리자 항소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해당 금융사는 승소했지만 당국과의 소송과 대응에 소요된 시간과 비용적 소모에 따른 손해는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를 둘러싼 '금융사 CEO 제재'에 대한 당위성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감독당국 위상에도 흠집이 생기게 됐을 뿐 아니라 관련 규정 미비 속에 관리감독 책임을 금융사 CEO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에도 직면하게 될 여지가 높아졌다"며 "이미 당시 결정권자는 금감원을 떠난 상태지만 해당 금융회사는 수 년간에 걸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