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미국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5%포인트 올린 4.25~4.5%로 결정했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시장이 그토록 속도 조절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매파 본색은 더 강화됐다. 이날 공개된 연준 인사들의 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를 보면 연준은 최종 금리 전망치를 9월 예상했던 4.6%(중간값, 4.5~4.75%)에서 5.1%(5~5.25%)로 올렸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더 인상해야 하는 것이다.
연준은 똘똘 뭉쳤다. 연준 위원 19명 가운데 17명은 기준금리가 5%를 넘어야 한다고 봤다. 5.25% 이상을 주장한 위원도 7명에 달했다. 위원들은 2023년 내내 금리를 5.25% 수준에서 유지한 뒤 2024년부터 서서히 낮춰 2024년 연말에나 금리가 4.1%(4~4.25%)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 위원들은 2023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망치를 9월 예상한 3.1%에서 3.5%로 올리며 고물가 고착화를 우려했다. 2023년 실업률 전망치는 4.4%에서 4.6%로 상향 조정했다. 파월 의장은 상품과 주택 부문 물가가 잡힐 것으로 보면서도 주택을 제외한 서비스 물가가 내려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굉장히 탄탄하다. 일자리 수요가 엄청나고 임금 상승률도 높다”며 “오랜 시간이 지나야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고통 없이 물가 안정을 회복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으나 그런 것은 없다”면서도 연착륙은 가능하다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연준은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말만 셀 뿐 향후 행보는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다. 경기 침체로 인해서 금리를 5.25%까지 올리지도 못하고 내년 말에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년 2월과 3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 5%에 도달한 뒤 11월과 12월 FOMC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해 연내에 4.5%로 회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인 스티펠니콜라우스의 린지 피에그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연준의 매파적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또 실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2022년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만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듯 이번 점도표도 잘못된 예측이란 지적이다. WSJ는 “시장이 신뢰하지 않는 금리 인상 전망을 하는 것은 연준 신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