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고용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1월 27일부터 12월 12일까지 고용부가 조사한 중대재해 사건은 총 198건이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33건 모두 대표이사를 중대재해 사건 발생의 책임자로 봤다.
고용부 결정엔 기업 CSO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의사 결정권’을 보유했는지가 큰 영향을 끼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건 종류가 많고, 수사와 관련된 사안이기에 결정 원인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업의 대내외 의사 결정에 있어서 CSO가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주요한 판단 조건”이라고 전했다.
이는 대검찰청이 해석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과도 일치한다. 대검은 CSO라 해도 사업 경영 대표자에게서 사업 또는 사업장 전반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인력·예산 총괄 관리 및 최종 의사 결정권을 위임받지 않으면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을 사업대표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데, ‘이에 준하여’를 명시한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 사건 1차 수사를 담당하는 고용부가 검찰에 송치한 33건 모두 대표이사를 책임자로 뒀지만 대법원 판례가 없는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송치한 사건은 모두 대표이사를 사건의 책임자로 봤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CSO가 경영책임자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경영책임자 등’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이 불명확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해석에 따라 CSO가 경영책임자에 포함될 수도 있어 실무에서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대재해 사건을 수임한 한 변호사는 “법 조항에서 ‘경영책임자 등’이란 표현이 모호해 책임의 귀속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혼선이 있다”며 “검찰이나 고용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책임구조를 설계하기 위해 로펌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성이 큰 회사가 CSO를 별도로 정해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이 귀속되는 것을 방어하려 하지만 사건 실무가 아직 정착돼 있지 않다”며 “추후 CSO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받아 대표이사가 책임을 면할 수 있을지는 재판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현재 법규에 따라 CSO가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고 CSO를 선임한 기업도 있지만 고용부는 CSO가 경영책임자가 아니라고 해석했다”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으면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넣는 등 법이나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