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IRA를 향한 유럽연합(EU) 압박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외교부는 한·미 경제외교 채널을 통해 IRA를 둘러싼 한·미 간 실질적 협력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도훈 차관은 이날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차 워싱턴 D.C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방미 의제와 관련 "IRA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며,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와도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SED에서는 한국 자동차 기업에 불리한 내용이 적시된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을 중심으로 하는 논의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8월 시행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 지급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미국 정부에 IRA 1차 의견서를 낸 데 이어 지난 2일 IRA 에너지 분야 세제 혜택 하위규정에 대한 2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2차 의견서에는 '상업용 친환경 차' 범위의 폭넓은 해석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제공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번 SED는 IRA를 두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발하던 EU가 최근 미국과 협상에서 접점을 찾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열려 한·미 사이에도 IRA와 관련한 진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차관은 지난 6일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를 만나 EU의 IRA 대응 동향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국과 EU 간 공조 중요성을 확인했다. 미국과 EU는 이달 초 양측의 IRA 관련 논의에 "초기적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바 있다.
SED는 양국 외교 당국간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을 논의하는 정례 협의 채널로, 2015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돼 지금껏 6차례 열렸다. 이 차관은 호세 페르난데즈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과 함께 SED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페르난데즈 차관과 대면 협의는 이 차관 취임 후 세 번째다.
이 차관은 오는 14일까지 미국을 방문하고 15일 귀국한다. 내년 1월 초에는 페르난데즈 차관이 한국을 찾아 양국 경제외교 현안을 재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