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보험사의 '약관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계의 단기성 이자 수익률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약관대출 포트폴리오를 마냥 확대할 수 없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에 제동을 걸어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전략을 마음껏 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향후 보험사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낮추는 등 약관대출 허용 문턱을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일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11월 말 기준으로 자사 약관대출 잔액 규모가 전년대비 4.8% 증가했다"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관련 수요가 커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7월부터 10월까지 약관대출 잔액이 상반기 대비 2%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험권은 아직 관련 수치를 공식화할 순 없지만, 하반기 약관대출 증가세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한국은행이 여섯 차례 기준금리를 줄인상(4·5·7·8·10·11월) 했는데, 하반기에 인상 시기가 몰리면서 관련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최근 8%인 점을 감안하면, 4%대의 보험약관 대출 금리는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전체 종목별 이자 수익률 가운데, 최근 약관대출 비중이 20%까지 올랐다 설명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상황 속, 향후 보험사의 약관대출 이자 수익률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험사들은 약관대출을 해주는 대신, 해당 상품의 공시이율(금리연동형) 혹은 예정이율(금리확정형)에 1.5~2%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 이자를 받고 있다. 약관대출은 대출금 및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보험이 자동 해지된다. 때문에 관련 대출 남발 시 해지율이 높아져 보험사들의 손해도 존재하지만, 이미 받은 보험료로 운영돼 손해보단 수익성이 더 크다는 시각이다.
다만 보험권은 현 시국에서 해당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리스크를 우려해 업권간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 자제를 요구, 무리한 사업 확장이 불가해서다. 보험권은 삼성화재가 최근 약관대출 한도를 낮춘 이유도 유동성 우려에 대비한 선제 조치라고 내다봤다. 삼성화재는 최근 일부 상품에 대한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해지환급금의 60%에서 50%로 낮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국면 속 보험 약관대출로의 풍선효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당국의 유동성 우려 지침을 의식해 추후 기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한도를 낮춰 관련 수요를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보험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1조9000억원 증가한 6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와 비교해 2000억원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