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옥상달빛 김윤주, 박세진이 올해도 수고한 우리들에게 건네는 이야기 '수고했어, 올해도'

2022-12-01 12:00
  • 글자크기 설정
 

감미로운 목소리와 가사 속 메시지를 통해 일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전해주고 있는 옥상달빛. 옥상달빛이 결성된지도 어느덧 13년이 지났다. 좋은 팀이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려가는 옥상달빛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호이 기자/ 옥상달빛 김윤주, 박세잔 ]



Q. 옥상달빛은 한마디로 말하면 어떤 팀인가요?
A. 박세진: 편하게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팀이요. 노래를 들어주실 때도 너무 사소해서 어디가서 얘기 못했던 상처나 힘든 상황도 우리 옥상달빛이 하는 우리 스타일의 언어로 소소한 일상이지만 작게나마 위로를 드리고 있는 것 같아요.
 
김윤주: 좋은 팀이었으면 좋겠고 10년 동안 친구로 같이 걸어왔다는 것도 저희한테는 의미가 있는 거고 그 길을 같이 걸어와준 분들이 계신다는 것도 감사한 거고 앞으로도 좋은 팀으로 남고 싶어요. 무해한 팀으로.
 
Q. 서로의 음악 취향이 궁금해요. 어떻게 취향을 맞춰나가고 있나요?
A. 박세진: 많이 맞춰졌어요. 음식 취향 같은 경우에는 제가 돈주고 잘 안 사먹었던 음식들을 따로 사서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이 친구한테 많이 영향을 받고 물들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서 김밥이요. 김밥은 따로 사먹어야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김밥이 맛있는 날이 오더라고요. 그런 것들은 10년 이상 함께 하다보니까 이것저것 먹으러 다녀보니까 맞춰졌어요.
 
김윤주: 저는 면을 안 좋아하는데 제가 냉면을 돈주고 사먹는 걸 보고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취향도 서로 교집합이 넓어진 것 같고요. 음악적인 것도 세진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교집합이 넓어졌어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서로의 것에 대한 궁금증도 있고 서로에게 물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분명한 취향은 있지만 공통적인 게 넓어진 것 같아요.
 
Q. 음악은 타임머신 같다고 말했던 게 인상깊었어요, 음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언제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나요?
A. 김윤주: 저는 삼수생 때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만큼 음악에 진심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재수 때까지는 너 죽고 나 죽자는 마음이었거든요. 삼수가 되는 순간 '내가 학교를 안가더라도 음악을 행복하게 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게 저한테는 엄청 큰 행복이었어요. '내가 음악을 엄청 좋아하는구나, 내가 앉아서 10시간 이상 움직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라는 걸 깨닫는 때였어요.

그때는 심지어 음악작업을 해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떤 경험을 해도 음악으로 녹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내가 부럽기도 해요. 그때는 어떻게 했길래 작업이 잘됐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로 가고 싶어요.
 
박세진: 29살, 서른살쯤으로 가고 싶어요. 그때 내가 했던 고민들을 다시한번 훑어보고 싶어요. 그때도 음악적인 고민들을 하고 있었을텐데 그때는 어떻게 생각했지 라고 자세하게 보고 싶어요. 그때는 괴로우니까 무시하기 바빴던 것 같아요. 30대 초반 박세진의 멘탈로 쓸 수 있는 노래들이 많았을텐데. 좋은 멘탈이든 나쁜 멘탈이든. 그게 음악적으로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안그랬던 것 같아서 아쉬워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어떨까.
 
Q. 10년 전, 20년 전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김윤주: 너를 믿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저는 다행히 음악가로서의 길에 대해 반대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이래도 되나 라는 불안감이 많긴 했는데 그때의 너 자신을 믿어도 된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박세진: 주변에서 제 꿈에 대한 반대는 없었는데 제 스스로가 지금 원하는 학교에 붙지 않으면 음악 안할 거라는 각오로 입시생활을 했었거든요. 근데 그게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그때 만약에 원하는 학교에 떨어졌으면 음악을 그만뒀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근데 마지막에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을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음악을 하는 사람들 중에 결핍을 다루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더 깊은 결핍으로 빠지기도 해요. 비슷한 시절이 있나요?
A. 박세진: <하드코어 인생아>를 썼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에 대한 방향성도 없고 뭘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고민이 많았거든요. 근데 다른 친구의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듣고 전화 끊고 쓴 노래가 <하드코어 인생아>거든요. 때로는 결핍에 더 빠지기 보다 직면하는 것 같아요. 굉장히 힘들고 결핍에 가까운 밑바닥의 감정을 느끼면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게 나를 더 끌어내리는 일은 아닐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사를 썼으면 좋겠어요.
 
김윤주: 저는 결핍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생각보다 결핍 없이 자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결핍이 없는 게 저한테는 콤프렉스 였어요. 제가 감정기복이 심하지도 않고 왠만하면 무던하게 넘어가는 성격이라서 거기서 오는 콤프렉스가 오래 지속됐어요. 근데 다행이기도 하고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왜 다 넘겨버렸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결핍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
 
Q.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노래는 뭔가요?
A. 김윤주: 저는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랑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이요. 가장 솔직하게 썼고 가장 빠르게 나온 노래라서 가장 소중한 노래예요.
 
박세진: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들이 가득 적힌 노래인 것 같은데 <그대로도 아름다운 너에게> 가사가 남들에게도 좋지만 저한테도 참 좋은 노래예요. 다른 친구를 위해서 쓴 노래이긴한데 나한테 이 노래를 들려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어떤 노래를 들을 때 위로를 받나요?
A. 김윤주: 엄청 많아요. 좋은 노래가 많다는 걸 라디오 하면서 더 크게 느끼거든요. 기분이 가라앉으면 더 가라앉는 노래를 듣기도 하고 밝은 노래를 듣기도 하고 종류가 엄청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나를 지켜줬던 노래는 정원영 교수님의 노래인데 지금도 찾아서 듣고 있어요.
 
박세진: 저는 북유럽아티스트인 재즈피아니스트 에밀 잉마르의 연주곡을 들으면서 가사가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위로가 되나 라는 생각을 해요.
 

[사진=김호이 기자]


Q. 길을 가다가 자신의 노래를 들으면 어떤가요?
A. 박세진: 저는 그 자리를 피해요. 옷가게에 갔는데 저희 노래가 나와서 옷을 고르다가 화들짝 놀라서 나온 적도 있어요. 알아주시는 건 감사한데 적응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김윤주: 저도 모른 척해요. 그분들도 저희를 몰라서 평소처럼 가만히 있어요.
 
Q. 20,30대를 축약한다면 어떤 단어로 표현하고 싶나요? 그리고 바라는 40대의 모습이 있나요?
A. 박세진: 꽤 잘살았다. 근데 40대는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떤 모습으로든 어떤 방법이로든 내 자신이 내 마음에 들도록 좋은 삶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음악적이로든.
 
김윤주: 20, 30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40대는 다시 20대처럼 살고 싶어요. 그때도 뭘 하기 전에 늘 설레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 설렘을 다시 찾고 싶어요. 뭘하던.
 
Q.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A. 김윤주: 베프죠. 사실 어떤 존재인지 생각도 안했던 것 같아요. 너무 매일 보고 가깝고 해서 별 거 아닌 얘기도 가장 재밌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
 
박세진: 나 혼자라면 안했을 일들도 윤주랑 같이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글탐험이나 문막에서 살기도 윤주와 함께라면 재밌을 것 같아요. 힘든 일들이라고 할지라도 이 친구와 함께라면 재밌게 승화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Q. 꿈이 뭔가요? 
A. 박세진: 꿈이라는 단어를 너무 오랜만에 들어요. 40대가 되니까 꿈을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요. 꿈이라고 하면 정신수양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자신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계속 삶을 걸어갈 것 같아요. 그러면 죽을 때 홀가분 할 것 같아요. 나 자신을 많이 알고 많이 안 내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면 꿈이 이뤄진 것 같아요.
 
김윤주: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계속 찾을 것 같고요. 정말 재밌게 살고 싶어요. 나이와 상관 없이. 40대가 되면 40대에 할 수 있는 재밌는 것들이 많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재밌게 사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구체적이었는데 요즘에는 전반적인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뭘하든 재밌고 도전해보는 게 꿈이에요.
 

옥상달빛 김윤주 박세진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김호이 기자]


Q. 먼 훗날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나요?
A. 박세진: 사랑스러운 할머니요.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저희 외할머니가 그런 분이셨거든요. 사랑스럽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었어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김윤주: 저는 근육질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발레하고 춤추는 할머니요. 에너자이너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오늘도 수고한 이 세상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A. 박세진: 세상 사람들아~~~! 여러분에게 세상 사람들아 라고 얘기 할 수 있는 옥상달빛이 되고 싶어요. 음악으로든, 글로든 여러분들과 가까워지고 싶어요. 최근 들어서 코로나가 거의 끝나긴 했지만 힘들게 지내고 계신 분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제는 누렸으면 좋겠어요. 세상 사람들아~! 누려라.

이 세상 모든 것을. 그리고 나한테 너무 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열심히 잘 살아야 된다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누리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근데 그걸 밸런스를 잘 맞춰서 누릴 줄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가진 것이 별거 없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누릴 수도 있고 그 나이 자체를 누릴 수도 있고 밖에 나가서 기분을 누릴 수도 있고요. 누리는 방법은 다양하니까 나한테 너무 박하게 굴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윤주: 세상 사람들아~! 잘 버티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건강을 잘 지키며 힘들긴 하겠지만 하루하루를 내 나름의 즐겁게 버티느냐 힘겹게 버티느냐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즐겁게 잘 버텼으면 좋겠어요.

잘 살아내려고 애쓰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가 별일이 있지 않은 것도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안좋은 일이 있어도 더 안 좋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오늘 하루가 누군가에는 힘들고 기분 나쁘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있긴 하겠지만 어쨌건 오늘 하루는 지나가는 것 같아요. 내일이 오니까 오늘에 너무 마음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 사람들아 화이팅!
 

[사진=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