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한 소송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법무부가 이날 관련 소송을 위해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연방 지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피고인 빈 살만은 외국 정부의 현직 수반으로서, 국가 원수에게 부여되는 면책 특권이 적용된다는 것이 행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무부는 “국가 원수 면책 특권은 국제 관습법에 확립돼 있다”고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변호인단은 지난 10월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사건 기각을 요청하는 청원서에서 외국 원수들의 면책 특권을 인정했던 사례들을 나열하며 “왕세자의 신분에 따라 면책 특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실권자로 통한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지난 9월 말 빈 살만 왕세자를 총리로 지명했다.
카슈끄지의 약혼자였던 하티제 젠기즈는 이번 소식이 전해진 뒤 트위터를 통해 “자말이 오늘 또 죽었다”며 “우리는 미국에 정의의 빛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돈이 먼저였다”고 비판했다. 카슈끄지의 약혼녀 등은 지난 2020년 미국 법원에 무함마드 왕세자 등을 상대로 정신적·금전적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서면 성명을 통해 “이는 오랫동안 확립된 국제관습법 원칙에 따라 국무부가 내린 법적 결정”이라며 “사건 본안 심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와 관련한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는 작년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일은 내 감시 아래 벌어졌기 때문에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 일(살해)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발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