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15일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 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인권위가 피해자 구제와 제도개선을 위해 내린 권고 결정에 재량권의 남용이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지난 2020년 12월 수사를 종결했다.
강씨는 인권위의 결정에 불복해 같은 해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법정에서 “인권위가 조사개시 절차를 위반한 채 증거를 왜곡했다”며 “인권위는 상대방(고소인)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안을 심리한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인권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비서직을 수행하며 직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박 전 시장에게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자연스럽게 모멸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여러 번 이뤄져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또 피해자가 박 전 시장과 친밀감을 표현했고 수년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장 비서직이라는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고 경력을 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하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수치심으로 인해 피해를 부정하고픈 마음도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