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한파에 따른 기업공개(IPO) 부진 등의 이유로 장외시장인 K-OTC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둔화 및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증시 분위기가 반전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외시장도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9일까지 7거래일간 K-OTC 시장에서 일 평균 거래대금은 16억417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10월 4일~13일) 26억237만원 대비 36.91%(9억6061만원)가 감소했다. 지난 10월 한 달간 평균 거래대금(23억원) 대비로도 28.62%가 낮은 수치다.
이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적인 행보 우려가 주식시장과 장외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탓이다. 시장의 위축은 상장을 준비 중이던 기업들의 IPO 철회와 수요예측 실패로 이어졌다.
실제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는 지난 8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탄소나노튜브 제조기업인 제이오 역시 코스닥 상장 계획을 접었다.
이외에도 IPO 대어급으로 손꼽히고 있는 컬리는 상장 철회 소식에 해명자료를 내놓으며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연내 상장 가능성은 현재까지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뱅크 역시 연내 상장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까운 상황이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최근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금리인상 등으로 위축된 IPO 시장 상황이 플랫폼 기업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밀리의 서재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으로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당분간 녹록지 않은 만큼 장외시장에 부는 한파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은 더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정부가 과감한 지출 삭감이나 철회가 어렵다보니 인플레이션도, 금리도 쉽게 낮아지기 어려운 딜레마를 자체적으로 내재하고 있다”며 “자산시장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