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쉽고 바르게-2]⑪ "당구용어·공문서 순화 등…쉬운 우리말 사용 공감대 확산"

202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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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 인터뷰

프로당구협회와 다마(당구공)·맛세이(찍어치기) 등 표준화 작업 거쳐 용어집 펴내

558개 공공기관 누리집 확보해 공공언어 평가…알기 쉬운가·어문규범 준수 여부 등 점수화

보이스피싱·도어스테핑·블랙아이스 등 어려운 용어 정보력 격차 반드시 사라져야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 [사진=국어문화원연합회]

“쉬운 우리말 사용의 중요성을 예전보다 더 잘, 더 많이 공감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말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화 흐름 속에 외국어 유입이 점점 많아지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외국어 같은 어려운 말을 사용하면 그 맥락과 단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필수적인 정보를 알지 못하게 된다. 정보화 시대에 오히려 정보 소외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꼭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일선에서 뛰고 있는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어려운 말이 많이 쓰여도 모른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아는 것처럼 그냥 지나가곤 했다”며 “이제는 그 상황이 내가 모르는 게 잘못이 아니라 어려운 말을 쓰는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쉬운 말로 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라고 돌아봤다.

◆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쉬운 우리말 쓰기’

‘쉬운 우리말 쓰기’는 몇몇 단체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할 때 효과가 있다.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프로당구협회(PBA)는 한글날을 앞둔 지난 7일 춘천 엘리시안 강촌에서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우리말 당구용어와 응원문화 퍼트리기’ 협약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올바른 당구 용어 정착을 위한 홍보 활동과 당구 용어 표준화 작업을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 우리말 응원 문화 보급을 위한 캠페인 활동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PBA는 출범 원년인 2019년부터 올바른 당구용어 사용을 위해 표준화 작업을 거쳐 올해 초 ‘PBA 당구용어 2022’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당구장에서 흔히 쓰는 국적 불명의 용어인 ‘다마’(당구공), ‘시네루’(회전), ‘맛세이’(찍어치기) 등을 순화한 용어가 담겨 있다.

PBA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당구 용어에 순화한 우리말을 적극 반영하고 올바른 용어 확립과 전파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당구용어 포스터를 전국 당구장에 배포하고 새로운 용어를 홍보해 시상하는 등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당구 용어를 쉬운 말로 쓰자는 것도 직접 당구 경기를 하시거나 당구 경기를 관람하시는 분들이 그 필요성을 느껴 제안해온 거라 참 보람되게 느꼈다”며 “지방자치단체들도 전보다 더 많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어문화원 선생님들과 공공언어 개선 교육 기회를 만들고 있고 공문서 진단도 맡긴다”고 설명했다.
 

김영진 PBA 사무총장(왼쪽)과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이 ‘우리말 당구용어와 응원문화 퍼트리기’ 협약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프로당구협회]

◆ ‘공공언어 쉽고 바르게 쓰기’를 위한 노력 

일상에서 쓰는 언어와 함께 공공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언어는 공공기관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모든 언어가 바로 공공언어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쓰는 정부 문서, 민원서류 양식, 게시문, 법령, 판결문, 홍보문, 대국민 담화 등이 해당한다.

국어기본법 ‘제14조 2항’에 따라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매년 평가하게 되어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와 국립국어원에서 이 평가를 주관하는데, 올해 시범 평가를 국어문화원연합회에서 용역 사업으로 맡게 됐다.

이 사업은 실질적인 공공언어 개선을 이끄는 데 목적이 있다. 우선 올해 558개 기관을 시범적으로 평가하면서 공공기관 공문서 평가 기준 및 체계를 정비하고, 2023년에 시행될 본평가의 계획을 수립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 평가 대상으로 삼은 자료는 소속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특수법인의 보도자료, 누리집 첫 화면, 그리고 연간 업무계획 보고자료다. 올해 시범 평가에서는 그동안 국립국어원과 각 국어문화원에서 공공언어 진단 기준들을 살피는 일을 하면서 점수화하는 방식과 대안어 목록 등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5월부터 공공기관들의 누리집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들을 확보해 ‘국민이 알기 쉽게 쓰는가’와 ‘어문규범에 맞게 쓰는가’를 평가하는 중”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공공언어만큼은 쉬운 말로 써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게 된다는 운동을 꽤 여러 해 했지만 아직 좀 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김 회장은 “공공언어를 작성하는 담당자가 자발적으로 ‘공공언어 쉽고 바르게 쓰기’를 실천하면 가장 좋았을 텐데, 이제 평가 제도를 도입해 의무화하는 상황이 되었다. 평가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도록 남은 기간도 열심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공공언어를 쓰는 모든 기관에서는 어려운 외국어와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은 쉬운 우리말 공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담당자가 국어책임관 의무에 더 충실하게 역할할 수 있도록 국립국어원과 국어문화원에서 연수회와 교육 등을 계속하고 있다.

◆ 정보화 사회에 더욱 중요한 공공언어 개선의 ‘공익적 가치‘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지난해 10월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어려운 공공언어 개선의 ‘공익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추정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공공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연간 3375억원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공익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려운 공공언어 개선의 분야별 연간 경제가치 효과는 민원 서식 1952억원, 정책용어 753억원, 약관·계약서류 791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김 회장은 “공공언어 개선의 공익적 가치는 국민의 사고력에 손상을 주지 않는 일과 맞물려 있으며, 이 가치는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더 크게 부각되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공언어 개선은 사회의 변화 속에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민 누구나가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래서 사회의 흐름을 조금 덜 알고 더디게 알아도 개인의 문제로 그쳤다고 한다면, 이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누리 소통망이 확보되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이 상황은 사회적 의사 표현의 참여자가 되는 국민은 더 정확히 잘 알아야 한다는 점과 맞물려야 한다”라며 “더욱이 갈등 상황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들을 이성적으로 잘 바라볼 수 있지 않으면 선입견에 싸이거나 흑백논리에 파묻히게 된다”라고 짚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우리말 관리 체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우리말 어휘 목록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게 실용성 높은 것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국립국어원도 그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라며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다. 국민의 소통 길에 대해 걱정하며, 관리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의무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께서 또 우리 어린이들이 ‘보이스피싱’, ‘에스컬레이터’, ‘도어스테핑’, ‘스크린도어’, ‘블랙아이스’ 같이 알아듣기도 어렵고 기억하여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말들 때문에 정보력에 손해를 보거나 또래끼리 정보 공유 문화를 누리지 못하는 일이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립국어원, 국어문화원연합회, 한글문화연대에서 힘을 쏟아 알려 드리는 쉬운 우리말을 찾아보며 공공언어를 쉽게 쓰려는 노력이 더 많이 퍼져 나가 진정한 정보화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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