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핼러윈'이 대체 뭐길래…열광 MZ세대들 도리어 대거 희생 '악몽'

2022-10-30 18:10
  • 글자크기 설정

가톨릭 유래…2000년대 초 세계 축제로

원어민 강사 많은 영어학원서 유행 시작

코스프레 사진 올리며 문화로 자리잡아

핼러윈 데이를 맞아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일대.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3년 만에 맞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몰린 인파가 좁고 가파른 골목 경사로에서 뒤엉켜 넘어지면서 초대형 참사를 야기한 것이다. 더구나 피해자 대부분이 이날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이태원으로 나온 MZ세대(10·20대)여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수백명 사상자 낸 핼러윈, 대체 뭐기에?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초대형 참사 배경에는 '핼러윈 축제'가 자리하고 있다. 대체 핼러윈이 무엇이기에 안타까운 참사를 야기한 것일까. 

'핼러윈'은 영미권의 전통적인 기념일이다.

10월 31일 핼러윈 데이는  '신성한(hallow) 전날 밤(eve)'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 어린이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지만 가톨릭에서 천국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리기 전날인 10월 마지막 밤을 귀신이나 주술 등 신비주의와 연관 지은 것에서 유래됐다.

핼러윈은 아일랜드 등 유럽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원주민 문화와 다시 융합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날 유령이나 괴물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은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trick or treat)"를 외치며 사탕 등을 얻었고, 그렇게 영미권 아이들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MZ세대 축제로 확산한 핼러윈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핼러윈이 MZ세대가 열광하는 세계적 축제로 부상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원어민 강사가 많은 일부 영어학원에서 핼러윈 파티를 연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점점 확산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무분별한 서구 행사 따라하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학생들끼리 집이나 특정 장소에 모여서 분장하고 과자 먹고 선물 교환하는 '한정 행사'로 인식됐지만 2010년 이후로 핼러윈 행사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핼러윈 분장을 한 이들을 클럽 등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한 MZ세들이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핼러윈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찰나의 일탈을 꿈꾸는 MZ세대는 평소 입지 못했던 화려한 의상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일탈 욕구를 해소하려 하고, 이런 행위들이 모여 이들만의 '밈(meme·커뮤니티 또는 SNS까지 퍼져나간 여러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을 대거 형성해왔다. 

이들이 코스프레한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를 걸어 '핼러윈 문화' 참여를 인증하면서 MZ세대들은 매년 10월 31일을 더 특별한 날로 여기게 됐다. 

이들은 핼러윈의 성지로 '이태원'에 주목했다. 서울 도심의 인기 유흥 지역이자 교통 허브 역할을 해온 이태원에는 외국인이 다수 거주해 이국적이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이 핼러윈 열기를 부추겼고, 야간에는 세련된 주점과 식당, 젊은 손님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제1의 유흥 지역이자 서울 관광 특구로 성장했다.

핼러윈을 맞아 이색 분장을 한 MZ세대들이 이태원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흡사 관행처럼 굳어지고, 핼러윈 축제가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호텔·유통업계는 10월 중순부터 핼러윈 관련 이벤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테마파크 역시 매년 핼러윈 축제를 진행하하며 MZ세대를 공략해왔다. 
피로 얼룩진 핼러윈 축제···축제도 줄줄이 '취소'

하지만 대규모 참사에 축제 열기로 뜨거웠던 이태원 일대는 피로 얼룩졌고, MZ세대가 열광했던 핼러윈 축제는 '끔찍한 악몽'으로 낙인찍혔다.

예기치 못한 참사로 인해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전국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서울시는 '쓰줍은 한강' 캠페인 일환으로 30일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실시할 예정이던 '수달의 커피차' 이벤트를 잠정 취소했다. 지난 8월 28일부터 매주 일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잠수교와 세빛섬, 반포 한강공원 달빛광장 근처에서 열리던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도 열지 않기로 했다. 

지난 28일부터 홍대 상인회 주최로 열린 '핼러윈 인 홍대' 행사도 이번 참사로 인해 긴급 중단됐다. 

용인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도 진행 중이던 핼러윈 행사를 긴급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에버랜드는 다음 달 20일까지 개최할 예정인 핼러윈 축제를 중단한다. 에버랜드는 이날부터 해골, 마녀, 호박 등 악동 캐릭터가 등장하는 퍼레이드와 거리공연, 불꽃쇼 등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

롯데월드는 퍼레이드를 포함한 핼러윈 공연과 이벤트를 중단하고, 핼러윈 장식도 순차적으로 철거 작업에 돌입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