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이 강달러에 속수무책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시장 개입 등을 통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지만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을 넘나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긴축 앞에는 당할 재간이 없다.
日 역대 최대 무역적자···中 경기 둔화에도 금리 동결
일본 총무성이 20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4~9월) 무역통계(속보치)에 따르면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1조75억엔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79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자 직전 최고치였던 2013년 하반기 8조7600억엔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 영향이 컸다. 상반기 총수입액은 60조5837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5% 늘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로 수입액이 커졌다. 반면 수출액은 49조5762억엔으로 1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엔화 약세가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무역적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기업이 지급을 위한 외화 조달 목적 등으로 엔화를 팔아야 하므로 엔화 약세가 추가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엔저가 일본 경제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전날 역내 위안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42% 하락한 달러당 7.2279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위안화 가치가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20일 역내 위안화 환율은 7.22위안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경기 둔화 우려에도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두 달 연속 동결했다. 중국과 미국 간 통화정책 탈동조화가 심해지면 대규모 자본 유출, 위안화 가치와 주가 급락 등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LPR를 동결한 후 외환 흐름을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은 CNBC에 "중국 정부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며 "당분간 위안화 가치 하락이 지속될 것이며 달러당 7.30위안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외환보유액 9월에만 500억 달러 감소···제2플라자 합의 없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0개국이 강달러에 맞서 자국 통화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1~9월에 약 89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사용했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금액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 9개 신흥국은 9월에만 현물 외환 시장에서 약 300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9개 나라에 일본까지 포함하면 500억 달러로 늘어나는데 이는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강달러를 막기 위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달러 강세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강달러를 잠재우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강달러로 고통받는 선진국들이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공동 개입 방안을 모색했으나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가가 글로벌 긴축정책의 파급효과(spillover)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지만 이에 어떤 공동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현재 미국이 그런 합의를 설계하는 데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강달러로 인한 고통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일부 신흥국들은 경제성장을 냉각시키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