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로 드러난 미래차···네트워크 두절 땐 함께 먹통

2022-10-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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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카 음성인식 기능 등 중단

국내 완성차, 이동통신망 전적 의존

자율주행시대 '도로 위 폭탄' 될 수도

국내 완성차 업계가 최근 국민 메신저 카카오 대란에 어려운 숙제를 떠안았다. 이번 카카오 대란과 같이 서비스망에 문제가 생기면 커넥티드카 서비스도 먹통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자체 서버 구축 등 돌발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자체 서버를 구축한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한 실정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남시 SK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자 카카오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연동한 현대차‧기아의 음성인식 기능이 중단됐다. 현대차‧기아는 향후 카카오를 거치지 않고 자체 서버를 거쳐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기아의 커넥티드카 서비스는 원격시동‧제어를 비롯해 내 차 위치공유, 사고 지원 서비스, 카투홈(Car to Home) 등이 있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음성인식 기능에 그쳤지만 이동통신망이 아예 마비되는 상황이 온다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현대오토에버 등을 통해 백업센터 등을 구축하고 있으나 비상용에 불과해 상당 기간 데이터 폭주를 감당하기 힘들다.

더욱이 르노코리아차, 쌍용차, 한국GM 등 나머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이동통신망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3사 모두 자체 서버 구축 등 인프라 투자에 당분간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한다. 

한편에서는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자율주행차의 초기 단계이기에 점차 고도화에 이를수록 안전망 확보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를 소홀히 하면 미래차가 ‘도로 위 폭탄’으로 둔갑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래픽=아주경제]

앞서 2018년 KT망 마비 사태 당시 현대차‧기아와 테슬라 차량 약 230만대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차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364만대 수준이던 국내 커넥티드카는 지난해 500만대를 돌파했고 올해는 600만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에 무선업데이트(OTA)를 기본 적용해 이미 구입한 차도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대전환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비전 실현 역시 관련 인프라의 확고한 뒷받침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미래차 약점은 비단 이동통신망에 국한하지 않는다. 커넥티드카가 차량 문 개폐와 제동, 조향까지 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면서 해킹 위협에도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OTA 시스템을 해킹당하면 업데이트 중단에 그치지 않고 각종 정보를 가로채 차량 도난과 오작동으로 인한 인명사고까지 이어지는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은 커넥티드카 고도화 작업도 중요하나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수동 조작 기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시대에 네트워크 두절은 막대한 피해를 불러올 수 있어 지금이라도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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