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의 임시 보존고에 87만점이 넘는 영상문화유산이 잠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상자료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시 보존고에 적체된 기증자료는 87만3667점에 달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평균 기증자료 처리율은 4.88%에 불과했다.
이런 속도로는 신규 기증자료 입수 없이 기존의 적체자료를 처리하는 데만 18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일 막이 오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중에 공개된 전창근 감독의 영화 '낙동강'의 경우 영상자료원이 국군홍보관리소(현 국방홍보원)로부터 기증받은 이후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최소 20년간 적체돼 있다가 지난해에야 발굴된 바 있다.
이처럼 임시보존고 안에 어떤 소중한 자료가 숨겨져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보존 안전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임시보존고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른 영구기록물 관리기관의 시설·장비·환경기준 가운데 8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 의원은 꼬집었다.
특히 필름 매체의 경우 온도·습도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취약한 보존 환경으로 인해 자료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다.
전 의원은 "한류와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데도 영상문화유산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며 "임시보존고 환경 기준을 시급히 끌어올리고, 훼손 우려가 큰 필름 매체를 최우선으로 하는 등 기증자료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