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 중 하나가 '언어'다. 언어는 세대 간을 비롯해 매체와 독자, TV와 시청자 간 각계각층 사이에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언어 파괴'다.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 또한 눈에 띈다. 심지어는 정부나 기관, 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등을 사용하면 언어가 새롭고 간결해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서로 간의 이해를 돕진 못한다. 자칫 소통을 방해할 수도 있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 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장기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OOO 'unnie' the prettiest!"
최근 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언니' '오빠' 등의 우리말을 영어로 표기한 댓글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K-팝 팬들이 대체할 수 없는 우리말을 영어로 언급하고 표기하는 것이다.
'우리말 열풍'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타고 더욱 뜨거워졌다. 에미상 6관왕에 빛나는 '오징어 게임'부터 '지금 우리 학교는' '마이 네임' '지옥' '이태원 클라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큰 인기를 끌며 해외 팬들의 '우리말' 사용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공개되었던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어 열풍'에 보탬이 됐다. 해외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받아들이는 진풍경을 그려내기도 했다. 해외 시청자들은 극 중 등장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유튜브나 틱톡에 게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깐부'(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 등 우리말을 유행어처럼 쓰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제64회 그래미어워드에서도 한국어가 울려 퍼졌다. 당시 사회를 맡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방탄소년단에게 '오징어 게임'을 보고 한국어를 배웠다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또박또박 발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와 한국어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한국 관련 단어가 26개나 추가되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은 공식 블로그에 "대박(Daebak)! OED가 K-업데이트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OED는 "요즘 한국의 대중문화가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모든 것에 'K-'라는 접두어가 붙는 것 같다"며 "우리 모두는 한류의 정점을 달리고 있으며 이는 영화, 음악, 패션뿐만 아니라, 말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한국 관련 단어가 대거 등재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K-드라마'가 새롭게 OED에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2년 싱가포르 신문에서 처음으로 이 단어를 사용했으며 K-드라마는 이제 '케이팝(K-POP)'과 같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했다.
ODE가 새롭게 올린 한국어에는 한국 음식을 일컫는 단어가 여럿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반찬, 불고기, 동치미, 갈비, 잡채, 김밥, 삼겹살, 치맥 등이다.
치맥에 대해선 "맥주와 영어 단어에서 빌려 온 튀긴 닭을 뜻하는 치킨의 합성어"라며 "프라이드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K-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국 밖에서 대중화됐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 대중화된 '먹방'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ODE는 '먹방'에 관해 "한 사람이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시청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CNN과 BBC 등에서도 한국 관련 단어가 OED에 새롭게 등재된 사실을 소개했다. CNN은 "한류가 옥스퍼드 사전을 휩쓸었다"며 "한국어 단어의 영어권 채택과 쓰임은 어휘 혁신이 더 이상 영국과 미국의 전통적인 영미권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BBC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쇼를 보거나 '버터' 또는 '다이너마이트'와 같이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을 듣는 등 아마도 당신은 삶 속에서 한국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한국의 영향력이 OED에까지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로 우리말의 위상도 함께 높아졌다. 지난 4월 하이브 멀티-레이블 오디션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을 당시 K-콘텐츠와 우리말의 인기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또박또박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거나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유창한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한국 드라마에 푹 빠졌다"며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다 보니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말들은 귀에 익더라.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대박'이나 '헐' 같은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말들을 쓰고 있다"며 "유행어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교민들도 해외에서 '우리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며 웃어 보였다. 당시 오디션 현장에서 만났던 신유나씨는 "미국으로 건너온 지 16년이 되었는데 요즘처럼 한국 음악과 한국어를 자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최근 방탄소년단과 '오징어 게임' 등의 인기로 한국인,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길거리에서 한국 음악이 흘러나오는 건 흔한 일이 되었고 한국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외국인들과 대화 중) 우리말을 쓰는 일도 꽤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딸아이가 다니는 예술학교는 대부분이 백인들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들이 먼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를 물어보기도 하는 모습에 놀랄 때가 많았다"며 "이제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더 잘 아는 것 같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K-팝과 K-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어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진 만큼 '바른 우리말 사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유튜브 등을 통해 '우리말' 전파가 쉬워진 만큼 은어나 속어 등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학습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어느 때보다 K-콘텐츠와 우리말에 관심이 높아진 요즘, 우리가 먼저 바른 우리말 쓰기에 나설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등을 사용하면 언어가 새롭고 간결해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서로 간의 이해를 돕진 못한다. 자칫 소통을 방해할 수도 있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 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장기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최근 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언니' '오빠' 등의 우리말을 영어로 표기한 댓글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K-팝 팬들이 대체할 수 없는 우리말을 영어로 언급하고 표기하는 것이다.
'우리말 열풍'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타고 더욱 뜨거워졌다. 에미상 6관왕에 빛나는 '오징어 게임'부터 '지금 우리 학교는' '마이 네임' '지옥' '이태원 클라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큰 인기를 끌며 해외 팬들의 '우리말' 사용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 4월 진행된 제64회 그래미어워드에서도 한국어가 울려 퍼졌다. 당시 사회를 맡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방탄소년단에게 '오징어 게임'을 보고 한국어를 배웠다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또박또박 발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와 한국어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한국 관련 단어가 26개나 추가되기도 했다.
OED는 "요즘 한국의 대중문화가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모든 것에 'K-'라는 접두어가 붙는 것 같다"며 "우리 모두는 한류의 정점을 달리고 있으며 이는 영화, 음악, 패션뿐만 아니라, 말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한국 관련 단어가 대거 등재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K-드라마'가 새롭게 OED에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2년 싱가포르 신문에서 처음으로 이 단어를 사용했으며 K-드라마는 이제 '케이팝(K-POP)'과 같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했다.
ODE가 새롭게 올린 한국어에는 한국 음식을 일컫는 단어가 여럿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반찬, 불고기, 동치미, 갈비, 잡채, 김밥, 삼겹살, 치맥 등이다.
한국에서 대중화된 '먹방'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ODE는 '먹방'에 관해 "한 사람이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시청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CNN과 BBC 등에서도 한국 관련 단어가 OED에 새롭게 등재된 사실을 소개했다. CNN은 "한류가 옥스퍼드 사전을 휩쓸었다"며 "한국어 단어의 영어권 채택과 쓰임은 어휘 혁신이 더 이상 영국과 미국의 전통적인 영미권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BBC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쇼를 보거나 '버터' 또는 '다이너마이트'와 같이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을 듣는 등 아마도 당신은 삶 속에서 한국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한국의 영향력이 OED에까지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한 참가자는 "한국 드라마에 푹 빠졌다"며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다 보니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말들은 귀에 익더라.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대박'이나 '헐' 같은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말들을 쓰고 있다"며 "유행어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교민들도 해외에서 '우리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며 웃어 보였다. 당시 오디션 현장에서 만났던 신유나씨는 "미국으로 건너온 지 16년이 되었는데 요즘처럼 한국 음악과 한국어를 자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딸아이가 다니는 예술학교는 대부분이 백인들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들이 먼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를 물어보기도 하는 모습에 놀랄 때가 많았다"며 "이제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더 잘 아는 것 같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K-팝과 K-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어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진 만큼 '바른 우리말 사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유튜브 등을 통해 '우리말' 전파가 쉬워진 만큼 은어나 속어 등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학습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어느 때보다 K-콘텐츠와 우리말에 관심이 높아진 요즘, 우리가 먼저 바른 우리말 쓰기에 나설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