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이재명 '사법 리스크', 얼마나 치명적인지 따져보니

2022-09-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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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민주당, 겹겹이 방탄 장치 마련했지만

ㆍ유죄 확정 땐 2027년 대선 출마 못 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사법 리스크’라는 말이다. 사법 리스크란 범죄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이 날 경우 짊어지게 될 법적, 정치적 리스크(위험)를 말한다. 유죄 확정 판결이 나면 이 대표가 도대체 어떤 처지가 되기에 사법 리스크라는 말이 나오게 됐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에서 보호하려고 겹겹의 방탄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유죄 확정 판결이 나면 그 방탄은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된다. 

 

경찰과 검찰은 이 대표의 과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직 때 불거진 여러가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경찰 또는 검찰 수사가 끝난 사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두산그룹의 성남FC 축구 구단 후원금 관련 사건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인 2015년 두산그룹에 병원 부지 용도 변경을 해주는 대가로 성남FC 축구 구단에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주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 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제3자 뇌물 공여란 공무원이 누구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뇌물을 자기와 특수 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주도록 했을 때 성립한다. 자기가 직접 받는 일반적인 뇌물죄와 다르다. 검찰은 이 사건을 보완 수사한 뒤 이 대표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벌금 100만원 선고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 박탈 
 

또 하나는 이 대표의 거짓말 의혹 사건이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인 작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하지 않을 경우) 직무 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이 두 발언이 허위라며 지난 8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했다.   

 

공직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이 대표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공직선거법 제18조와 제19조에 따르면 허위사실 공표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형 선고일로부터 5년간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 징역형 또는 집행 유예 선고를 받게 되면  10년간이나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 

 

피선거권을 잃게 되면 이 대표는 국회법 제136조 규정에 따라 즉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다. 국회법 제136조  ②항은  ‘의원이 법률에 규정된 피선거권이 없게 되었을 때에는 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표 처지는 의원직 박탈에서  그치지 않는다. 2027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된다. 

 

공직선거법에 선거 사범 재판은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히 하도록 규정돼 있다. 제1심은 기소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은 전심(前審)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아무리 늦어도 기소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는 3심 재판까지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이 대표 재판은 내년 9월 9일까지 끝나게 된다. 만약 그리 된다면 이 대표는 그때부터  5년(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 받는 경우) 또는 10년(징역형이나 집행유예 선고 받는 경우)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벌금 100만원만 선고 받아도 2028년까지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법원이 선거범 재판을 1년 내에 끝낸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대표 재판도 내년 9월 9일까지 끝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길게 잡아도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는 끝날 것이다. 그 경우라도 이 대표는 피선거권이 선고 받는 형의 종류에 따라 5년 또는 10년간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대장동·백현동·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줄줄이


이 대표의 대선 출마 불가는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그 지지 세력에겐 ‘사형 선고’나 같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몇 달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와 당선되고 이어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이는 이 대표가 2027년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2027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러니 사법 리스크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이 대표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대법원은 2020년 7월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방송 토론에서 ‘친형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없다’고 한 발언에 ‘토론 중 즉흥적으로 한 발언으로 고의성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런 논리가 이번에도 통할까?

 

이 대표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다”거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거나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작년 12월 22일 SBS, 24일  CBS, 27일  KBS 방송 인터뷰에서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그랬다. 이걸 ‘즉흥적 발언’이고 그래서 무죄라고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대표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을 ‘국토부 협박’ 때문이라고 한 발언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백현동 용도 변경에 대해 ‘성남시가 적의(適宜) 판단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검찰 공소장에 나와 있다. ‘적의 판단하라’는 말은 ‘마땅하게 잘 판단하라’는 뜻이다. 이 대표 주장처럼 국토부가 성남시에 협박한 게 아니라 거꾸로  ‘알아서 잘 하라’고 재량권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말할 당시에는 그렇게 기억돼서 기억나는 대로 말한 것’이라고 반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반박이 받아들여진다면 이 대표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와 김문기씨의 해외 출장 사진 및 국토부 공문 등 여러가지 증거를 통해 이 대표 반박이 신빙성이 없음을 입증하려고 할 것이다. 충분히 기억할 수 있었는데도 선거에서 불리해질까봐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말이다.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설사 이 대표가 허위사실공표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그 중 하나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두산건설의 성남FC 축구 구단 후권금과 관련한 제3자 뇌물 공여 혐의 사건이다. 검찰이 이 사건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고 이 대표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역시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윤 대통령 임기말 사면·복권 여부가 변수


피선거권 박탈 기간은 어떤 형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제3자 뇌물공여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하게 돼 있다. 만약 이 대표가 3년을 초과하는  형을 받으면 10년, 3년 이하 형을 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또는 자격정지 형을 받으면 자격 정지 기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공직선거법 제19조와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른 조치다.  

 

이 대표가 이 사건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검찰과 경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관련 수천억원의 초과이익 환수를 포기한 혐의, 백현동 개발 당시 시행사에 용도 변경 상향에 따른 수익을 제공한 혐의, 쌍방울에 변호사비 20억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 사건 중 어느 하나로라도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게 되면 역시 5년~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2027년 대선 출마는 불가능해진다. 특히 대장동, 백현동 사건에서 이 대표가 뇌물을 받은 혐의라도 나오면 치명적이다. 공직선거법 제18조와 19조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그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한 뇌물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만 선고 받아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고 규정돼 있다. 대장동,백현동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때 벌어진 사건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첩첩산중을 넘어야 하니  이 대표에게 ‘사법 리스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사건으로 기소되면 직무를 정지한다는 기존 당헌 규정은 그대로 뒀다. 대신 정치 보복 등으로 판단될 경우 직무 정지 조치를 기존의 당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에서 취소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했다. 당무위 의장은 당 대표가 맡는다. 이 대표가 당무위원회 의장으로서 스스로를 직무정지 조치에서 구제하는 ‘셀프 구제’가 가능해졌다. ‘꼼수 개정’ ‘이 대표 방탄 규정’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방탄 규정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건 민주당 내부 일일 뿐이다. 당 대표 직무가 정지되든 말든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박탈 규정은 피할 수 없다. 방탄 당헌이 법을 넘어설 수는 없다.

 

변수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말에 즈음해 이 대표를 사면· 복권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이 회복돼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과연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사면·복권 할까? 이 대표 사면·복권 찬성 여론과 반대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거나 반대 여론이 우세할 수 있다.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도 하게 될 것이다. 사면·복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니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서는 윤 대통령을 압박해 검찰 수사를 최대한 막는 도리밖에 없는 처지다. 민주당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 ‘윤 대통령 탄핵’ ·‘윤 대통령 임기 보장 못할 수도’라는 극단적 조치와 발언을 연일 쏟아내는 속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표가 검경 수사를  ‘정적 제거’라고 하는 속내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의 ‘사법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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