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터 바이오산업까지 미국 내 제조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선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이라는 말부터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주로 나온다. 다만 흡사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는 듯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동맹국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등 외신은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워싱턴에서 열린 특별 경쟁 연구 프로젝트에서 이 같은 우려가 또 나왔다고 주목했다.
연이은 미국 주요 인사들의 중국과 경쟁에 대한 우려는 바이든 정부의 최근 바이오·전기차 등 대규모 투자의 배경으로 읽힌다.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중국 등 국가들이 생명공학 부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미국이 반도체 제조와 마찬가지로 생명공학 제조 분야에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이 바이오 산업·전기차 등 분야에서 수년 내에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지난해 7월 중국의 바이오 산업 R&D 대규모 투자 이후 중국의 제약 산업이 미국을 넘어 10년 내에 세계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는 중간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특히 미네소타 등 일부 주의 경우는 9월 23일부터 조기 투표가 진행된다. 반도체·전기차·바이오 등의 산업에서 기업 유치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충분히 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진흥은 출범 초기부터 중산층 재건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정부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바이오산업 투자 등 바이든 대통령의 트럼프 따라하기식 자국 우선주의를 보며 기존 미국의 동맹국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근거한 지원 대상도 동맹국이 아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국한됐다. 보조금은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광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때만 지원된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디애틀랜틱은 기후변화 싱크탱크 E3G의 클레어 힐리의 말을 인용해 "동맹국들의 반응이 차갑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미국은 호주·캐나다 등과 FTA를 체결했지만 일본·독일 등과 체결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동맹국인 일본과 독일의 반응이 냉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