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쥴, 6000억원 거액 보상 합의...규제 본격화될 듯

전자담배 쥴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전자 담배 제조업체 쥴이 미국 각 지방정부와 6000억원이 넘는 보상금에 합의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이날 전자담배 제조업체 쥴이 미성년자의 흡연을 조장한 혐의와 관련해 코네티컷 등 미국 내 33개주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지방정부에 4억3850억 달러(약 6050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불하고 관련 조사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쥴 랩스는 샘플을 무료로 배포하거나 상품 런칭 파티를 여는 등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니코틴 함량이 높은 과일향 전자담배를 출시하는 등 세련된 이미지까지 구축해, 전자담배계의 '애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마케팅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쥴은 결국 거액의 보상금을 뱉어내게 됐다. 이번 합의를 주도한 코네티컷주의 법무부장관 윌리엄 통은 성명을 통해 "쥴의 마케팅은 젊은층을 니코틴 중독자로 만들었다"며 "그들은 미성년자 입맛에 맞도록 담배의 화학 성분을 조작해, 소비자들이 니코틴 함량과 중독성에 대해 오인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필립모리스, '함께 5주년' 아이코스 캠페인 진행
• ​한국필립모리스, 여의도 IFC '아이코스 매장' 오픈

이번 합의에는 보상금 지불 외에도 마케팅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35세 미만에 대한 마케팅 제한, 매장 내 디스플레이 제한, 온라인 및 소매 판매 제한, 소매 규정 준수 확인 프로토콜 등이 있다.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사용은 미국 사회의 문제다. 지난 2018년 미국 의료계는 쥴과 전자담배 유행이 청소년의 흡연율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로이터는 2018~2019년에 10대 등 젊은 층의 전자담배 사용이 급증했으며, 18~20세의 쥴 사용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니코틴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다만 이번 합의와 관련해 쥴 측은 도의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쥴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의 일부라고 밝혔다. 리치몬드 대학교 법대 교수인 칼 토비아스는 "쥴은 막대한 돈을 벌었고,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며 합의에 아쉬움을 표했다. 

미국 정부의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전자 담배의 향과 니코틴 함량을 중심으로 규제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청소년금연운동단체의 회장인 매튜 마이어스는 "미국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자 중 85%가 향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쥴은 자사 제품에 사탕이나 과일향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전자담배 브랜드들은 다양한 향이 첨가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합성 니코틴을 시장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 중이나, 과거 관련 재판에서 패배한 바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FDA는 지난 6월에 쥴의 액상형 카트리지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될 수 있는 점을 들어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쥴의 가처분신청으로 미 컬럼비아 항소법원이 금지 명령을 일시 중단했다. 해당 제품은 현재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다만, 쥴은 관련 상품이 유해하지 않다는 점을 법원에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