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미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 빌미로 북한, 러시아, 중국의 밀월 관계가 노골화되고 있다.
24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전날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해 날을 세우는가 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일 3국을 겨냥한 듯 오는 30일부터 합동 군사훈련에 나선다고 공표했다. 북한 역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가 요청한 전후 복구와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물밑 접촉이 한창이다.
먼저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2대의 전략폭격기 TU-95MS가 동해 공해 상공에서 예정된 비행을 했다”며 비행 구간의 특정단계에서 한국 공군 F-16 전투기들이 출격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한미가 연합연습에 돌입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러시아의 이번 카디즈 진입은 한국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도 동시에 겨냥한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강력 규탄하면서 경제·금융제재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자 미국과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회원국과 함께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은 오는 30일부터 러시아가 주관하는 '동방-2022' 군사훈련에 참여한다. 중·러는 지난해 8월에도 중국 닝샤(寧夏)후이족자치구의 칭퉁샤(靑銅峽) 합동전술훈련기지에서 1만명 이상의 병력과 최신 군사 장비를 동원한 ‘서부연합-2021’ 군사훈련을 했다. 양국은 같은 해 10월엔 러시아 연해주 앞바다에서 합동 해상훈련과 첫 서태평양 합동 순찰에 나서기도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중·러는 안보 협력을 포함한 관계가 급성장하고 있다. 양국은 우리의 자유주의적 비전과 다른 입장을 가진다”며 신냉전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친러시아 반군세력인 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한 나라는 러시아 외에 시리아와 북한뿐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 이들 지역 재건사업에 노동자를 참여시키는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
지난 9일 데니스 푸실린 DPR 수장은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공화국 영토 재건에 북한 노동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뒤인 10일에는 로디온 미로슈니크 러시아 주재 LPR대사가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와 만났다. 이들은 북한 건설노동자들을 재건사업에 투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는 러시아가 북한 '뒷배'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DPR 전후 복구 및 재건사업에 북한의 참여 가능성을 거듭 시사해왔다.
DPR 재건사업을 위한 선발대를 이미 파견했다는 분석도 군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선발대 인원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인이 적은 지역적 특성상 북한이 재건사업을 위해 본격적으로 노동자 등을 투입하면 국제사회가 모를 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