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지난 7월 실업률은 2.9%로 전년 동월 3.7%에 비해서 1%p가 낮아졌다. 경기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는 소매판매액지수, 광공업생산지수 등은 감소했으나,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등이 증가해 전월대비 0.3% 증가해 순환변동치는 2020년 저점으로 고점 상태에 머물고 있다.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지만 전년대비 2.3% 정도의 성장은 기대하고 있다.
거시경제지표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은 환율이었다. 8월 8일 현재 대미달러 환율은 1306원이다. 한때 1300원대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였지만 대체로 13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1∼6월의 경상수지는 전년 동기간 흑자 폭보다 감소하기는 했지만 247억8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원유와 곡물 가격의 상승이 주요인이다. 다행인 것은 원유와 곡물 가격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종합주가지수도 지난 7월 초 2400선이 붕괴된 이후 회복세를 보여 현재는 2500선에 근접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신경을 자극하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미국 실업률은 3.5% 수준으로 자연실업률에 가깝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는 지난 6월 중순 저점을 기록한 이후 대체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곧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대비 8.7~8.9%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6월(9.1%)보다 낮아져 상승세가 다소 꺾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경제의 저성장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요인을 제외하면 경기침체 상태로 진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와 같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상반기의 만연했던 불안 요인이 점차 축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퍼펙트스톰 등 복합위기론이 득세하여 경제 불안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이 부담스러운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압박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대중국 압박도 막무가내로 가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과 중국의 산업 연관은 한국과 중국의 산업 연관만큼 복잡하다. 중국에 타격을 주면 미국도 역으로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길항관계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이다. 선도 기업은 후발 기업과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후발 기업은 기술격차를 여하히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기업 경쟁력은 기업 자체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세제 규제 등 각종 기업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경제 환경 조성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이전 정부와는 차별적으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어 다행이다. 불안 국면에서도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은 선방하고 있다. 최근 LCD 재고 문제가 지적되기도 하지만 이미 예상된 일이고, 한국수출입은행은 금년 3분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한 1775억 달러(약 231조99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원유와 곡물가격이 안정세로 들어서면 무역수지 흑자도 상당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걱정되는 것은 부동산시장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너무 급등해서 문제가 되었지만 지금은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버블 성격이 강했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하락하는 속도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너무 빠르게 하락할 경우, 현재 금리 인상 기조가 높아 가계부채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다고 과감한 금리 인상을 계속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에 연동하여 금리를 인상시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환율 방어를 위해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추어 금리를 인상시켜야 한다는 논리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위험수위의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하락 국면을 감안하면 신중함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1997년과 같이 국제 금융에 취약한 국가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4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외환보유고가 있고, 9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기금이 시장 안정을 돕는 등 1997년과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걱정된다면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요금부터 인상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다하게 억제해 놓은 이전 정부가 만들어 놓은 비정상의 정상화도 서둘 일은 아니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