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툰 시장 뺏길라…네이버·카카오, 尹 정부에 '표준식별체계' 촉구

2022-07-30 12:00
  • 글자크기 설정

"타국이 글로벌 표준식별체계 선점하면 웹툰 시장 잠식 시간문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7월29일 오후 서울 용산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웹툰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한국 웹툰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지키려면 '웹툰 표준식별체계'가 필요하다는 한국웹툰산업협회 주장에 네이버·카카오가 동조했다.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웹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두 대형 웹툰 플랫폼 운영사가 생태계 참여자 공통 이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웹툰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웹툰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박보균 문체부 장관에게 웹툰 표준식별체계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존 콘텐츠 소비 시장이나 지식재산권(IP)으로 업계 표준 체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국가가 먼저 이런 체계를 도입해 보급한다면 한국이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이 업계 숙원이기도 한 웹툰 표준식별체계 제작을 재차 강조했다. 플랫폼 업체 관계자로 참석한 이정근 네이버웹툰 실장과 황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 부문 대표도 이에 공감하고 정부에 빠른 대응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정책 추진 방향이나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웹툰 강국으로서 시장을 계속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식별 표준 제작은 필수"라며 "중국과 일본 등 국가에서 이를 선점해 제작할 경우 게임산업과 같이 웹툰 시장도 일부 국가에 의해 잠식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웹툰 업계는 고유한 표준식별체계가 없어 민간과 공공 부문에선 실물 출판 서적을 관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체계를 쓴다. 책값 할인율을 10%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등 일반 출판 산업 대상 규제가 웹툰 산업에 덩달아 적용되는 등 웹툰 산업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실정이다.

웹툰 표준식별체계는 처음부터 디지털 유통·이용 환경을 전제로 탄생한 웹툰 콘텐츠를 그 특성에 맞게 식별하고 관리하기 위한 체계로 웹툰 시장 급성장에 따라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업계는 표준식별체계가 국내외에서 웹툰 창작자와 플랫폼 운영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면서 근절되지 않고 있는 웹툰 불법복제 사례를 효과적으로 판별·추적할 실마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웹툰 표준식별체계 마련 요구는 이미 지난 2월 웹툰 상생협의회 출범식에서 플랫폼 업체 대표로 참석한 박정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총괄대표 제안을 통해 문체부에 전달됐다. 당시 김현환 문체부 제1차관이 현장에 참석해 "창작자, 제작자들에게 제 몫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확보돼야 앞으로 시장 성장도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후 반년 동안 이 사안에 별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에 맞춰 문체부를 떠났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박보균 장관과 전병극 차관을 임명했다. 이전 정부 임기 동안 지지부진했던 업계 숙원 과제가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추진될지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이날 웹툰 업계 간담회 현장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웹툰 번역 시스템으로 해외 시장 진입을 더 쉽게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이 밖에 △만화법 내 웹툰 정의 신설 △웹툰 불법유통 근절대책 마련 △중소 웹툰 업계 지원 확대 △장애인 웹툰 작가 지원 확대 △우수만화 도서관 비치 지원 △지역별 웹툰 창작 인프라 활성화 △웹툰 작가의 건강 악화 방지대책 마련 등을 논의했다.

박 장관은 간담회 시작에 앞서 최근 건강 악화로 사망한 고(故) 장성락 작가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