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차 대유행 본격화에 정부가 '국민 참여형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조로 부처별 일상방역 생활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국민 참여형 사회적 거리두기는 과태료 등 규제에 의한 거리두기가 아닌, 국민 스스로 생활 속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방역조치다. 정부는 가족돌봄휴가자에게 최대 10일까지 하루 5만원씩 긴급 지원하고 유증상 근로자에 대해서는 휴가를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 정부, 유증상자 휴가 권고·개인 방역 6대 수칙 준수 등 강조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0만명 돌파에도 규제 중심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강제가 아닌 참여형 방역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먼저 개인방역 6대 수칙을 지켜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올바른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주기적 환기 및 소독 △사적모임 규모·시간 최소화 △증상 발생시 진료받고 집에 머물기 등이다.
또한 코로나19 유증상자는 적극적인 휴가를 권고했다. 김성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총괄조정관(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유증상 근로자의 휴가를 사업장에 적극 권고하고, 가족돌봄휴가자에게는 하루 5만원씩 최대 10일까지 긴급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사회는 오늘부터 8월 말까지 휴가에서 복귀 시 선제적 신속항원검사 실시, 불요불급한 회의 및 출장 자제, 비대면 회의 우선 활용 등의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선 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0만285명을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은 것은 4월 20일(11만1291명) 이후 98일 만이다.
김 제2총괄조정관은 "지난주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6만명대 초반이었는데 전주에 비해 85% 증가했다"며 "면역 회피가 높은 오미크론 변이의 검출률과 재감염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3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대처할 수 있도록 4000여 병상을 단계적으로 추가 확보하고, 검사·진료·처방이 모두 가능한 원스톱 의료기관을 이달 말까지 1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김 제2총괄조정관은 "이번 재유행의 파고를 종전과 같은 일률적인 거리두기 방역 대신 국민 참여에 기반한 일상 방역의 생활화를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며 "자율과 연대에 기반한 일상 방역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도 국민 여러분의 참여와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시작되는 일선 학교의 여름방학과 관련해서는 "시‧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감염예방 생활지도를 강화하고 돌봄교실 등에 대해서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학원에 대해서는 원격수업 전환과 단체활동 자제를 적극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제2총괄조정관은 "영화관, 공연장, 체육시설 등 문화시설에 대해서는 방역 지원인력(2800명), 유관단체 협업 등을 통해 시설 이용자의 방역수칙 준수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정부, 자발적 참여 방역·과학 방역 기조 '재확인'
이날 발표로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자율적 참여를 통한 과학 방역'을 이어간다는 기조를 명확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재유행 대응 방안을 언급하며 "국민들의 희생과 강요가 아닌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며 중증관리 위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살피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 기본 철학은 과학 방역"이라며 "과학 방역은 코로나 대응 의사 결정 거버넌스가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지고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예방과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주문은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정부의 대책이 오히려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참여연대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검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감염병은 지금보다 빠르게 확산하게 될 것"이라며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과학적인 방역 대책"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서울 대형병원 감염내과 한 전문의도 "당장 여름 휴가철 이동량이 늘어나는데, 방역 조치가 너무 늦은 것 같다"며 "6차 대유행이 올해 초 오미크론 유행 당시처럼 커지면 하루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 거리두기와 병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에도 여전히 '자율 방역'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사혁신처에 고용부, 교육부, 문체부와 산자부까지 함께 브리핑을 열었지만 내용은 그동안의 '고위험군 보호' 기조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번 방역 대책에서는 소아청소년 감염을 줄이기 위해 여름방학 기간 학원 원격수업을 권고한 정도가 새로 나온 대책이다.
또한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 마트, 백화점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안전점검을 하거나, 방역 관리자를 지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과학 방역'을 표방했지만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 과학 방역이 무엇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통해 자율 방역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과학방역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는 "데이터와 경험에 입각한 근거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과학 방역의) 하나의 축이 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이 부분을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거라며 중환자 증가 등 상황을 보고 추가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