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은 이 가운데 ‘장대화물열차’를 경영난 해소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정기 운행되는 장대화물열차는 전체 길이가 777m(50칸)로, 기존 KTX-1(20칸, 388m) 열차의 두 배에 달한다. 공기업의 성격상 운임 인상 등으로 영업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을 ‘양’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장대화물열차가 도입되면 철도 화물 수송량이 늘어나 물류 수익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칸’ KTX 대비 2배 긴 ‘50칸’ 화물열차…내년 상반기부터 정기 운행
코레일은 최근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매출 감소와 KTX 외 운송사업 손실 지속 등으로 부채비율이 200% 넘는 ‘재무위험기관’에 지정됐다.
특히 연간 적자(코로나19 이전 기준)가 1500억원 수준인 코레일은 현재 철도 물류 사업에서만 도로 위주의 수송, 인프라 투자 부족 등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이러한 만성적 적자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선 한 번에 최소 64칸 이상 수송이 필요하다. 1단계로 50칸을 싣고 시험 운행을 추진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레일은 1단계 50량을 운행하고 향후에 60량 이상을 1편성으로 운행할 경우에는 흑자 전환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험 운행을 토대로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창출로 재무건전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험 운행에는 컨테이너 화차 50칸을 전기기관차 2대가 앞에서 끌었다. 컨테이너에는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가치 수출용 화물을 실어 실제 운행과 같은 조건을 만들어 진행했다. 경기 의왕시 오봉역을 새벽 5시 4분 출발한 장대화물열차는 경북 김천역을 거쳐 오전 10시 57분 부산신항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전체 운행 거리는 402.3㎞에 달했다.
앞서 코레일은 두 차례에 걸쳐 이번 장대화물열차 경부본선 영업 시운전을 위한 테스트를 마쳤다.
지난 3월 30일 부산신항과 진례역 구간(21.3km)에서 1단계 시험 운전을 통해 50칸 장대화물열차의 속도 가·감속, 연결기 성능, 제동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이를 반영하여 4월 28일에는 2단계로 경부본선인 부산신항과 가천역(98.1km) 구간의 시험 운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장대화물열차 도입으로 철도화물 수송력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친환경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0칸 장대화물열차가 도입되면 기존 대비 수송 능력이 52% 향상된다. 현재 코레일에서 운행하는 컨테이너 화물열차는 평균 33칸이다.
코레일은 2023년 상반기 장대화물열차 정기 운행을 목표로 잡았다. 이번 시험 운행 열차에 설치된 ‘열차 충격 측정 장비’로 충격 측정과 제동시험, 절연구간 통과 시험 등 결과 분석을 통해 보완점을 개선할 계획이다.
50칸 장대화물열차가 운행하기 위해 약 900m 이상 대피선이 운행선상에 필요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영업 시운전 성공으로 장대화물열차가 도입되면, 철도의 ‘대량 수송’과 효율성 등 장점을 최대한 살려 코레일 물류 수익의 획기적인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장대화물열차는 철도 물류의 만성 적자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경영혁신 아이템으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면서 “철도 물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선 입환, 총괄 무선 제어 시스템 도입 등 안전한 스마트 철도 모빌리티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인 워크숍을 개최하며 새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추진 정책에 발맞춘 자구적 노력도 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23일 대전 본사 사옥에서 안전사고와 정부 경영평가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자구적 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사 경영혁신 경영진 워크숍’을 진행했다.
업무 공백 최소화 차원에서 토요일에 진행한 이번 워크숍은 최근 잇따른 철도 사고와 지난해 경영평가 결과를 국민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전 경영진이 함께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했다.
나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40여명은 절대 안전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경영전략이라며 ‘혁신 의지’를 다졌다.
우선 절대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중대재해와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방식의 전면적 검토 및 안전설비를 대대적으로 보강하기로 했다.
열차를 연결하는 입환 작업, 전차선 및 선로 보수작업 등 고위험 업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선제어 입환, 운행선 작업시간 확보 등 선제적 작업환경 개선에 뜻을 모았다.
또한 무인역 안전설비 보강, 승강장 안전문 경보시스템 설치 등 시민 밀착형 안전관리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KTX 수혜지역을 확대하고 열차 운행체계 개선 등의 운송사업은 물론 종합물류, 역세권 개발, 해외진출 등의 신규 사업 발굴에도 힘쓰기로 했다.
코레일은 업무추진비 등 불요불급한 예산을 절감하는 등 안전 투자를 제외한 전 분야 예산을 긴축하고, 전사적 경영효율화로 코로나로 누적된 적자를 단계적으로 회복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철도 사업 진출 성과도 있었다. 코레일은 지난 5일 탄자니아 철도공사(TRC)가 발주한 150억원 규모의 ‘탄자니아 철도 운영유지보수 역량 강화 자문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외철도 운영유지보수(O&M) 사업 분야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특히 터키 철도청, 탄자니아 현지 기업 등 5곳이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코레일이 ‘기술 평가’ 1위에 이어 ‘종합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사업은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시에서 무완자(Mwanza)시 간 1219km를 연결하는 신설 철도의 운영·유지보수 전반에 대해 자문하는 사업으로 수행 기간은 36개월이다.
코레일은 영업 전략 수립, 유지보수 체계 구축, O&M 규정 개정, 시운전 자문 등을 단독으로 맡아 수행하게 된다.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철도차량, 시스템, 안전관리 등 분야별 최고 수준의 기술진을 투입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지난 2014년 ‘음트와라(Mtwara)선 철도건설 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2017년 ‘탄자니아 중앙선 건설 및 시공 감리 사업’을 수주해 수행 중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탄자니아 철도교육센터 건립 타당성조사 사업’을 맡는 등 현지 철도 분야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박태훈 코레일 해외사업처장은 “이번 사업 수주는 그동안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건설과 운영 등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값진 결실”이라며 “한국 철도의 노하우를 탄자니아 철도에 성심껏 전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