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양강 구도 깨려는 삼성...해외 넘보는 'K-배터리 삼국지'

2022-07-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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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협업해 생산량 확대

약진하는 중국 기업, 한국 공략 본격화...점유율 방어 나서야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배터리 3사는 올해 상반기에도 업체별 판매 실적(중국 시장 제외) 기준 글로벌 상위 5개 기업에 모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배터리 기업들도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그간 대규모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삼성SDI가 최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배터리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삼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SDI, 생산능력 확대 ‘광폭 행보’
삼성SDI는 21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서 배터리 2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2025년 최종 완공 예정인 2공장에는 단계적으로 총 1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기공식은 2030년 글로벌 톱 티어라는 우리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2공장의 성공적인 건설과 조기 안정화를 통해 말레이시아 법인을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신공장에서 2024년부터 지름 21mm, 높이 70mm 규모의 원형 배터리(프라이맥스 21700)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근 급증하는 원형 배터리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1억7000만셀 규모로 전망되는 전 세계 원형 배터리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하며 151억1000만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앞서 지난 5월에도 스텔란티스와 함께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총 25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예정인 이 시설은 올해 말 착공에 돌입해 2025년 1분기부터 연간 23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이 공장의 생산 능력이 연간 33GWh까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투자가 마무리되면 삼성SDI의 배터리 판매 실적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상·하반기 각각 7GWh, 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판매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0GWh 규모의 판매량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합작법인이긴 하지만 코코모시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면 현재 판매량에 버금가는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왼쪽부터) 이치범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사장), 다토 스리 하지 아미누딘 빈 하룬 느그리 슴빌란 주지사, 다토 하지 줄키플리 모하맛 빈 오말 주의회 의장이 21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서 개최된 말레이시아 배터리 2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LG엔솔-SK온, ‘큰손’ 현대車·포드 사로잡아
삼성SDI가 광폭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현대자동차, 포드 등 대형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현대차 ‘아이오닉 6’에는 생산 시기나 공급되는 지역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중국 CATL의 배터리가 나뉘어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전 세계에서 전년 동기 대비 49.1% 늘어난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만큼 아이오닉 6 판매량에 대한 시장 기대치도 높다. 이와 같은 시장 전망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판매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이에 더해 포드, 스텔란티스 등 해외 완성차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는 모양새다. 22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까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포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규모를 기존 대비 2배로 증설한다. 이에 더해 앞으로도 차례로 증설을 이어갈 계획이다.

같은날 SK온 역시 포드·에코프로비엠과 협력해 북미지역에 1조원 규모의 양극재 생산시설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에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SK온과 포드는 블루오벌SK를 통해 미국 테네시·켄터키주에서 총 129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차례로 가동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들이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해외 넘보는 中 배터리...국내 3사 “안방을 지켜라”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에 발맞춰 생산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와 비례해 판매 실적을 늘려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과 BYD는 올해 상반기 각각 69GWh, 24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206% 성장했다. 시장점유율 역시 각각 29%에서 34%, 7%에서 12%로 늘리며 약진했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또 올해 상반기에만 배터리 관련 공장을 85개 착공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85개의 신규 공장 중 투자 규모가 공개된 81개 공장에 투입되는 금액만 총 5914억4800만 위안(약 1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간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최근에는 한국 등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CATL의 경우 최근 출시된 기아 니로EV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기아가 중국기업의 배터리를 신차에 탑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YD도 지난해 말 쌍용자동차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출시 예정인 토레스 기반 전기차에 자사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약진을 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긴장의 끈을 죄는 모양새다. 국산 전기차에 탑재되는 해외 기업 배터리가 늘어나는 현상은 말 그대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안방’을 빼앗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들은 앞으로 연구·개발(R&D)을 통한 차세대 배터리 소재·기술 개발, 배터리 효율 개선 등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구축한 니로EV 체험 공간 ‘기아 에코 빌리지’. [사진=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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