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美 중간선거와 한·미 관계의 도전과제

2022-07-19 06:00
  • 글자크기 설정
·

[주재우 경희대 교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70일이 지났다. 11월 8일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까지는 약 114일이 남았다. 2024년 11월 5일 예정된 미국의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는 842일이 남았다. 그리고 몇달 뒤인 2027년 3월에 우리의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한·미동맹의 강화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외교를 전개하는 데 있어 이 같은 정치선거 일정이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아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선 일정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패턴의 양국의 선거 일정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대통령과 정부는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와 유사한 주기로 교체되었다. 우리나라가 직선제를 도입한 1987년 이후 5년마다, 미국은 대통령제가 도입된 1789년부터 4년마다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선거 시기도 우리가 12월, 미국이 11월이었다. 취임식도 우리가 2월, 미국이 1월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1993년에 동시에 취임한 이후 20년마다 우리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 같이 취임하기까지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2013년 같은 해에 취임한 바 있다. 그러다가 2017년 우리 대통령의 탄핵 사건으로 한·미 양국의 새 정부가 2017년 동시에 출범한 사례가 생겨났다. 지금과 같은 선거일정이 견지되면 2037년에서야 한·미 양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같은 해에 취임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미국의 대선을 한 번 겪게 될 것이다. 그것도 정권 중간인 2024년도에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차기 대통령이 2027년에 선출되면 2024년도에 선출된 미 대통령의 임기와는 또다시 약 2년만 겹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미 의회 중간선거도 2년마다 보게 되면서 우리의 대미외교에 적지 않은 조정과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윤석열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대미외교에서 의회의 변화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2년 뒤인 임기 중간에 새로운 미 대통령과 행정부의 출범으로 대미외교 정책을 또 한번 조정해야 할 것이다. 2024년의 미 대선의 해에 또다시 미 의회 선거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대미외교 판도가 바뀔 미 정치선거의 일정을 보면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의 대미외교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셈법이 정립된다.

오는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로 미 상하원 의회 구성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원에는 100명의 의석수 중 공화당이 2석 차이(민주당의 48석)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원은 민주당이 총 435석에서 222석을 차지, 공화당(212석)을 앞서는 ‘여대야소’ 국면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중간평가 격인 이번 중간선거는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승리할 기세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임기 2년의 연방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임기 6년의 연방 상원의원 3분의 1(34명)을 다시 선출한다. 게다가 36개 주의 주지사와 30개 주의 검찰총장, 그리고 거의 모든 주의 주의회 의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지방선거 격인 선거도 치러질 예정이다. 우리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봐왔듯이 미국도 의회 중간선거 못지않게 행정부와 여당에 대한 평가 의미를 갖는 이번 지방선거 또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공화당이 예상대로 하원을 장악하게 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2년간 민주당 의제들의 추진은 불가능해진다. 이는 외교 분야에도 적용이 될 공산이 크다. 때로는 이런 결과를 선제적으로 예측하면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94년 북핵 1차 위기를 봉합한 『제네바 합의서(1994 Geneva Agreed Framework)』였다. 미 의회의 변화를 감지한 클린턴 행정부가 중간선거에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추진한 결과로 양산된 것이었다. 때로는 미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급진적인 변화도 가져다 줬다. 1996년에도 공화당이 다시금 의회를 석권하면서 『제네바 합의서』에 의거해 진행되었던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KEDO)의 예산이 암초를 만나게 된다. 미 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미 대선과 중간선거 일정을 잘 간파하고 활용할 수 있으면 한·미관계의 전환점은 물론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우리의 전략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견인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미국 정치에 정통한 서정건 교수(경희대)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분석 사례를 제시했다. 지난 6월 22일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민주당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다음 해이자 기념비적인 연도에 획기적인 외교 물꼬가 터졌다”며 1979년부터 이러한 사례를 제시했다. 1977년에 민주당 대통령 지미 카터가 선출되었고 1978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이듬해인 1979년에 미·중수교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한 1995년 미국과 베트남의 수교 역시 민주당 출신 클린턴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이듬해에 성사되었다. 2013년에 재선된 민주당 대통령 오바마가 2014년 중간선거에서 패한 이듬해인 2015년에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가 성사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미 대통령의 의지보다는 미 의회의 강력한 드라이브의 결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중 수교에서부터 과거 공산권 국가들과의 수교에 대한 의지가 공화당이 더욱 강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했던 민주당 대통령을 압박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공산국가 정권의 개혁과 인권 문제의 개선 의지를 수교의 정당성으로 주장하는 전통을 견지했었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공산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마다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민주당과 공화당의 외교 분야에서의 상이한 입장이 국내정치 현안들과 절충되면서 미 의회를 석권한 정당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이룬 사례를 상기한 예에서 볼 수 있겠다.

미 여당의 중간선거 패배 사례에서 서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이 국면 전환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2023년에 북·미관계가 개선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979년 미·중수교는 중국이 공산화 30주년을 맞이한 해였다. 1995년 베트남과의 수교 또한 휴전조약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2015년 쿠바와의 수교는 단교 55주년을 맞는 해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을 맞는 미국과 북한 또한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에 전환이 있을지 모른다고 서 교수는 평가했다.

과연 흥미로운 분석이다. 그러나 역사를 잘 살펴보면 수교라는 결과물은 오랜 외교 협상 끝에 조건이 성숙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은 10여 년 동안 중국과 베트남과 이를 지속적으로 협상했다. 쿠바의 경우는 더 오랜 기간 동안 미 국내외 차원에서 협의가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북한과 미국도 수교에 대한 논의를 간헐적으로 해온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은 없었다. ‘핵’이라는 장애물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북미 수교가 아직 요원하다는 석연찮음을 떨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한·미동맹을 과거와 같이 유지하는 데 미 정치선거 일정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 정부의 임기 동안 미 중간선거와 미 대통령 선거 일정을 유난히 더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는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미 의회의 입장을 살펴보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즉, 미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 미 의회의 제동 가능성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2년 남짓 남은 미 행정부의 ‘레임 덕’ 시기가 우리 대통령 임기의 첫 2년과 맞물리는 부담도 있다. 우리 대통령 3년 차에 미국은 대선 정국에 진입한다. 우리 대통령 임기 중반까지 한·미관계가 외교적 ‘수사(修辭)’로 전락할 수 있는 함정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미 대통령이 새로이 선출되고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 정부가 ‘레임 덕’ 시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엇갈리는 미국의 정치선거 쳇바퀴 일정 속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관계, 한·미동맹을 유지·관리하는 것마저도 이제는 상당한 도전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이제 한·미동맹과 한·미관계를 더 이상 당연시할 수 없다. 더 이상 안일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의 대선 일정이 과거의 것으로 복원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한·미관계를 더 정교한 전략으로 다뤄야 한다. 이런 미국의 정치선거 일정에 따라 우리의 주변국 관계는 물론 전반적인 외교 전략도 유연하고 유동성 있게 변화무쌍하게 전개될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카멜레온의 눈과 같은 시야를 가지고 판세를 조속히 판단하고, 손자(孫子)와 같은 지혜와 헨리 키신저와 같은 혜안으로 능동적으로 응대하며 우리 외교를 스스로 주도해야 할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