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은 미중 전면전의 시작

2024-11-0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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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기 중국 제대로 읽기] ⑫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도날드 트럼프의 차기 미 대통령의 당선은 미국의 대중국 선전 포고를 지지하는 미 국민의 선택이었다. 중국 역시 내심 결과를 반기고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의 집권으로 미국 사회가 앞으로 더 깊은 분열로 빠져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미국의 양분화는 이들이 영향력 공작을 펼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먹잇감이다. 21세기 초부터 미국을 대상으로 영향력 공작을 적극 전개해 온 중국은 미국 사회가 진보와 보수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실질적인 성과를 톡톡히 봤다. 그리고 앞으로 이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여건과 조건이 만들어져 저비용, 고효율로 미국을 흔들 태세이다. .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미국은 중국에 전면전을 선포할 기세다. 헤리티지재단이 지난 7월에 출간한 ‘2025 리더십에 대한 위임: 보수의 약속(2025 Mandate for Leadership: The Conservative Promise, 이하 ‘프로젝트 2025’)’에서 이를 알리고 있다. 동 보고서의 출시와 함께 민주당과 미국 언론은 일제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청사진이 아니냐는 질문으로 그를 공격했다. 대내적으로 과도할 정도로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권고하면서 대외적으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적극 추천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이 파시스트 또는 독재 정국으로 빠져들 수 있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즉각 프로젝트 2025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유세 기간 내내 프로젝트 2025의 저의와 배후를 모른다고 말이다. 심지어 9월 10일 카멜라 해리스와의 첫 TV 토론회에서 전국민에게 이와의 무관함을 공개했다. 흥미로운 것은 유세 기간 동안 그가 구체적인 정책을 밝히지 않고 그만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일관한 자세였다. 현안마다 그 정책을 밝히라고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 측, 그리고 언론의 날 선 공격을 받았지만 그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당선되면 밝힐 것이라고 즉각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그의 대선 캠프가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이른바 ‘아젠다 47’의 내용은 프로젝트 2025와 상당 부분 중첩되었다. 이도 그럴 것이, 40명의 저자와 편집자 중 18명이 트럼프 1기 내각 인사 출신이고, 1명은 인수위원회, 12명은 인수위원회와 행정부에 모두 발탁된 이들이고, 나머지 267명의 참여자들 중 144명이 1기 선거 캠프, 행정부, 또는 인사위원회에 참여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젠다 47’이 프로젝트 2025와 일맥상통한 것은 그가 이미 2년 전 헤리티지재단에 대선 준비를 잘해달라는 어조의 기조연설에서도 드러났다. 2022년 4월에 그는 헤리티지재단의 위대함을 치하하고 미국 시민이 미국의 구제 과업을 위탁하면 헤리티지가 (정책) 기초부터 실천 방안까지 잘 마련해줄 것으로 자부했다. 그리고 해리스와의 TV토론 이후 정확히 한 달 만인 10월 10일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프로젝트 2025 참가자 중 한 명인 톰 호만(Tom Homan) 전 이민세관단속국장 대행이자 그의 선거 캠페인 고문이 등용될 것을 시사하면서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등용을 암시했다.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청사진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책 보고서다. 이에 근거하여 트럼프는 취임 이후 국정과 외교를 운영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점지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이는 미국의 대중국 선전 포고인 셈이다. 동 보고서는 취지와 목적은 한 가지다. 중국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내 정책의 혁신과 정부 체계의 개혁을 수반해야 한다. 이에 기초하여 대외적으로 전략적으로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가 ‘경제 안보는 국가안보’라고 예전에 선포한 것에서 볼 수 있듯,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온통 중국을 이기는 것뿐이다. 

프로젝트 2025는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미국의 자강은 물론 대외적으로 동맹과 파트너와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군사안보 분야에서뿐 아니라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이를 역설하고 있다. 우선 국방과 군사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쟁의 핵심은 대만 수호다. 대만을 수호하면서 미국의 전략이익을 지켜내고 이를 위한 제1도련선의 방어가 전제된다고 강조한다. 제1도련선 방어를 위한 강한 동맹 체계의 구축에 나토 및 유럽의 이익 당사국도 이에 끌어드리는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는 군사적으로 역내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증강하고 핵 억지력도 강화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또한 동맹에게 더 많은 비용 부담(cost-sharing)뿐 아니라 더 큰 분담 부담(burden-sharing)을 역설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이란, 북한 문제에 있어 이들의 더 큰 역할과 기여를 기대하는 대목이다. 북한과 관련해서 보고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갖출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핵위협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핵억지력 강화를 위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확충을 대안으로 제기하고 있어 더 많은 사드 배치를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프로젝트 2025는 경제통상 분야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상당한 적대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중국에 대한 의료 물자와 백신 원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이의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미국의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고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열악한 점은 미 국방에 상당한 취약성을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제조업에 대한 높은 해외 의존도는 ‘민주주의의 화포(the artillery of democracy)’를 무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전쟁을 치룰 수 있는 군수물자와 무기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수준의 위기에 닥친 것으로 보고서는 판단하고 있다. 이런 논리가 경제통상 분야 저변에 확대되면서 전쟁의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그리고 보고서는 트럼프가 2020년에 재선되었다면 추진하려던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다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시 그런 구상을 가졌다면 실천 가능성의 신빙성도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의존도 축소와 관련해 보고서는 또한 미국의 국내 자원 개발을 적극 추진할 것을 추천했다. 더 이상 이 문제가 정쟁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내무성을 비롯하여 관련 부처들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데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가속화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부연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귀환도 촉구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동맹과 우방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을 미국 내에 유입할 수 있는 유인책도 권고하지만 애플사와 같은 중국 내 미국 기업에게도 제재를 가하는 것도 정책 방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미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중국의 미국 기술의 편취와 탈취를 막기 위한 중국 유학생과 전문기술인력의 비자 거부, 그리고 틱톡과 같은 중국앱을 전면 차단하는 것도 권고되었다.

보고서 출판과 아젠다47의 발표 시기를 보면 이에 중국도 이미 내심 대비책을 세우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영향력 공작을 한 층 더 강화할 것이다. 중국의 전략이 가능한 이유를 찾으려면 우리는 트럼프의 1기 시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민과 밀입국에 대한 대응으로 공권력이 강화된다. 공권력의 강화는 인종차별로 이어졌다. 그리고 무고한 유색인종의 희생이 속출했다. 이에 미 사회는 들끓었다. 그 결과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Man Lives Matter)’라는 시위로 이어졌다. 시위의 틈바구니 속에 중국의 흑색선전은 물론 시위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이뤄졌다. 이어지는 성소수자의 시위에서도 중국은 역시 영향력 공작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중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미국 시민단체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시위의 장기화되는데 일조한 것이다.

중국의 비대칭 전략에 기반한 영향력 공작은 한 층 더 증강될 것이다. 그리고 대만해협에 대한 군사적 도발과 시위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출신답게 대만 수호에 목숨을 건 사람이다.

이렇게 미중 간의 전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우리의 전략적 선택은 두 가지다. 트럼프와 같이 강한 사람에게 감언이설로 그의 비위를 맞춰주거나 더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주문을 모두 수용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만큼 늘어나는 비용을 감래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렇기 않을 경우 ‘강대강’으로 나가야 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와의 분업과 공조만으로 미국은 단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강한 레버리지가 있다. 대만해협 수호와 방어에서 한미동맹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이런 ‘강대강’ 카드를 활용하기 앞서 우리에게도 책무가 있다. 대만해협 문제와 미국의 대중국 전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기능과 역할, 성격과 목적을 조정하려고 달려들 것이다. 이에 대한 결정만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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