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한미동맹 조정의 시간이 다가온다

2024-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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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의 방중으로 살펴본 미중관계 현주소와 한미동맹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지난달 27~29일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실로 11년 만에 처음 있은 일이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단독 회담을 가진 것도 8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베이징에 3일 동안 체류하면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이틀(27~28) 동안 회담을 가졌다. 회담 시간은 14시간에 달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장요우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만났다. 미·중 양측이 서로에게 전한 메시지는 우호적이고 외교적이면서도 날이 선 경고까지 있었다. 그야말로 양측 간의 신경전은 지난 4년간 설리번과 왕이가 제3국에서 가진 4차례 회담의 연장전이었다. 누그러질 태세를 그 누구도 보이질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확인된 사실은 양측이 모두 갈등과 무력 충돌을 원하지 않는 점이었다.

설리번의 이번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종료되고 미국의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럼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비록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재확인 해주기 위함이었다. 물론 혹자는 야당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그의 보장이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라도 3권 분립에 의해 미 의회의 견제를 받는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기존의 대중국 정책 기조를 변질시킬 수 없는 점으로 이를 반박할 수 있겠다.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기존의 정책 기조를 상당 기간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리번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사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입장에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입장은 29일 회담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부통령인 해리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시진핑 주석은 물론 리창 총리 등 중국의 다양한 고위급인사와 교류한 점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이해와 함께 미·중 양국이 당면한 현안과 문제점도 이미 숙지하는 사실을 그의 강점으로 부각했다. 

이런 맥락에서 미 의회의 중국에 대한 초당적인 입장과 분위기가 중요해진다. 이번 118 회기(2023~24) 기간 동안 미 의회는 9월 기준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상관있는 법안을 708개나 상정했다. 이전 회기에 비교하면 약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중 14건을 입법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528건의 개정안이 소개되었다. 중국에 대한 초당적인 분위기는 미 의회가 채택한 결의안의 건수에서도 드러났다. 상원 또는 하원이 채택한 결의안(resolution)은 150건에 달했다. 상하원이 모두 채택한 결의안(concurrent resolution)은 14건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서명으로 의회의 결의안을 지지하는 공동 결의안(joint resolution)은 4건을 기록했다. 모든 법안과 결의안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전면적으로, 단독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간접적으로 중국과 연관성을 가진 것들을 모두 포함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의 국익과 전략이익에 중국의 위험 요소가 간접적이나마 연관성과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영역, 분야와 현안을 미국이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인식을 보여준다.

이런 배경에서 설리번의 방중이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중국 측에 상당히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했다. 우선, 최소한 바이든 행정부 임기까지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견지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고위급회담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미·중 양국이 ‘건강한’ 경쟁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의사와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이 갈등이나 무력 충돌로 비화되거나 전환되는 것을 양국 국가와 국민이 모두 바라지 않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미·중 양국 간의 고위급회담을 다양한 영역과 분야에서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차 부연했다. 2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이런 미국 측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비록 이번 회담이 지난 회담과 같이 합의된 사항이 많지 않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면서 협력의 방도를 모색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그의 발언에서 그의 방중 목적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과의 소통과 만남을 구상 중이라는 점 또한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시진핑과의 통화도 시도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리고 하반기에 페루와 브라질에서 각각 개최되는 APEC회의와 G20정상회의에 참석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을 만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번 회담의 합의 사항 중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미·중 양국의 전구 사령부(theatre command)가 조만간 단독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측에서는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중국 측에서는 남부전구(South Theatre Command) 사령관이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다. 성사가 되면, 2018년 미국이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명한 이후 처음으로 미·중 양국을 대표하는 사령관 간의 회담이 될 전망이다. 이 회담에서의 주된 의제는 역시 남중국해의 안전과 평화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미·중 양측은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할 공산도 크다. 그러나 실질적인 군사 작전을 담당하는 이들이 모이는 자리이기에 현안과 동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기대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측도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의 지속적인 개최에 동의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왕이 부장, 시진핑 주석, 장요우샤 부주석 모두 미국과의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지지했다. 그럼에도 날선 구석이 있었다. 왕이와 시진핑 모두 중국이 미국과 다른 제도를 견지하면서 발전·번영을 누릴 권리와 미국과의 평화 공존의 선택을 존중해달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특히 왕이는 예년과 다르게 이 점을 5가지 제안으로 강력하게 피력했다.

첫째, 중·미 관계의 올바른 방향의 발전 책임은 양국 지도자에 있다.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및 공동 번영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샌프란스시코 APEC 회의 합의 사항의 철저한 이행이 필요하다. 둘째, 중·미 양국의 충돌과 대립 억지의 전제는 미·중 3개 공동 성명의 이행에 있다. 특히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중국의 정치 체제와 발전 모델 선택의 결과를 존중하며, 중국 국민의 정당한 발전 권리 또한 존중해야 한다. 셋째, 양국은 서로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힘의 지위에 의존한 국가 간의 교류를 지양해야 한다. 넷째,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의 전제는 공고한 민의에 있다.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고 이의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다섯째, 중·미 양국의 평화 공존을 위해 올바른 인식의 확립이 필요하다. 서로가 지향하는 바를 존중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것을 강요하는 것은 안 된다.

시진핑 역시 중·미관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첫째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전략적 인식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미 양국이 서로에게 경쟁자인지, 아니면 협력자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미 양국의 상황과 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양국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음을 설명했다. 또한 중국이 자국의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지키겠다는 입장 역시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로 바라보고, 서로의 발전을 도전이 아닌 기회로 여길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의미에서 중·미 양국이 서로 다른 문명, 다른 제도, 다른 발전 경로를 가진 국가로서 평화롭게 공존하고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함께 찾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 역시 중국이 미국과 차별화되고 차이가 있는 발전 경로를 선택했음을 상기시켰다.

이번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하여 설리번이 빼든 동맹의 카드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필리핀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분쟁에서 미국이 필리핀을 동맹으로서 지지하는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미국의 이런 입장을 미국과 필리핀 동맹의 기반인 공동방위조약으로 입증하려 했다. 미국이 동맹과의 공동방위조약을 근거로 동맹의 입장 지지뿐 아니라 미국이 수수방관할 수 없는 점을 밝힌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공동방위조약의 책임과 의무를 지적하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2014년 이후 처음이라는 의미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일본 국빈 방문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분쟁이 격해지는 상황에 대해 미국은 일본 복속 영토와 도서에 대한 외부 침공에 공동으로 방어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미·일 공동방위조약 제5조)를 강조하면서 일본의 방어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동맹 필리핀과 영토분쟁을 벌이는 중국에게 동맹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그의 논리는 공동방위조약에 포함된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가령, 1951년의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 지역에서 외부의 공격으로 어느 한쪽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위협을 받을 시 협의를 거쳐(제3조) 헌법적 절차에 따라 공동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제4조) 명시한다. 이런 상황을 당사자의 본토 영토뿐 아니라 태평양 내 관할 섬 지역 또는 태평양 내의 군대, 공공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상정했다(제5조).

설리번이 미국과 필리핀 동맹조약으로 중국을 압박한 점은 우리 외교에 귀감이 될 것이다. 나는 지난달 7일 본지의 칼럼 [주재우의 프리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역할 변화의 시간 다가온다'에서 이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차기 미 행정부는 중국과 북한 문제에 한·미동맹의 역할과 기능, 성격과 목적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부정하기 어렵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금까지 예외로 남은 동맹은 이제 한·미동맹뿐이기 때문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동맹(ANZUS)과 오커스(AUKUS)의 출범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명확해졌다. 이제 한·미동맹의 조정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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