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피선거권이 없는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허락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후보 등록조차 어렵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 대표에 도전하는 행보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다.
◆피선거권 없는 박지현...野 "예비경선도 어려워"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국회 내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저는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 청년 공천 확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속도 조절, 민생을 위한 협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주장했고 국민들께 민주당이 반성과 혁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거꾸로 갔고 결국 참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때 반성하고 혁신하자는 저의 주장에 침묵했거나 반대한 분들은 지금 대거 당 대표 선거에 나왔고 민주당을 위해 반성과 혁신을 외친 저는 정무적 판단 규정이 있음에도 무조건 안 된다며 막아서고 있다"며 "이것이 혁신을 하겠다고 약속한 정당이 취할 바람직한 태도인지 말씀해달라"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저는 민주당이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당으로 혁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며 "민주당이 이제 쓴소리하는 청년 정치인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면 박지현의 출마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당무위원회에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출마 자격이 허용된다는 게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피선거권이 없는 박 전 위원장의 출마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이 (당 대표에) 나오시겠다는 것은 자유지만,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는 건 우리가 모셔서 요청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박 전 위원장의 경우는 아니다"라며 "(박 전 위원장에게) 뜻은 존중해 드리겠지만 당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지난 13일 박 전 위원장을 만나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예외 인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민주당은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당무위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전용기 의원은 "당헌·당규상 피선거권이 없기 때문에 후보 등록도 어려울 것"이라며 "당무위에서도 의결해주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입당 6개월이 지나고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 당 대표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피선거권이 없는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겠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인 메시지라고 본다"라며 "설사 후보 등록을 한다고 해도 예비경선(컷오프)까지 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 동안 당 대표 후보 등록을 진행한다. 예비경선은 오는 28일부터다.
당 대표 출마 문제를 두고 박 전 위원장과 민주당은 대립 구도를 이어왔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유독 이 의원을 향해 날선 비판을 퍼붓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2일 YTN '이슈인사이드'에 출연해 지난달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이 의원을 인천 계양을에 공천한 데 대해 후회를 표시하며 "대선 후보였던 분을 차마 말릴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의원이 재보궐 선거에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이유로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을 막기 위한 '방탄용'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의원이) 강성 팬덤이 아닌 민심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님도 과거에 강성 팬덤인 '손가혁'과 손절한 적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미 팬덤정치의 수렁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당대회 출마 자격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 민주당의 결정에 대해 이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의원의 최측근 김남국 의원이 제가 출마 결심을 밝힌 뒤 집중적인 비판을 했다"며 "김 의원은 이 의원의 최측근이고 대리인이라 이번 (출마 불허) 결정에 이 의원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이 의원이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불편해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저도 그건 이 의원에게 여쭤보고 싶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 시작도 전에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거론되고 있고, 다들 어대명이라고 한다"면서 "최측근 김 의원이 이 의원의 뜻을 거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 출신으로, 민주당으로부터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지난 1월 27일 입당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인 3월 13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박 전 위원장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파격 발탁했다.
한편 이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 등록 첫날인 오는 17일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는 것도 옳지 못하지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안면몰수하는 사람은 결코 멀리가지 못 한다. 당장 국민은 새치 혀의 이야기를 듣지만 역사에는 사람의 인생과 발자취가 남는다.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무슨 말인들 못할까. 주어담지 못하는 것이 말임을 알고 있다면 자신의 말들에 책임을 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