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포인트 인상이 ‘대세’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6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9.1%를 기록하며 1981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추정치인 8.8%를 웃돌았다. 5월 CPI는 8.6%였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5.9%를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인 5.7%를 상회했다.
씨티그룹도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7월에는 (75%포인트 인상이) 기본이겠지만, 이달 이후 더 큰 (1%포인트) 인상이나 추가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연준이 9월에는 금리 인상 폭을 줄이거나 잠시 쉬어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살짝 있었으나, 역대급 CPI 앞에 희망은 무너졌다.
롬바르드 오디에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의 거시 부문 책임자인 플로리안 일레포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의) 일시 중단을 고려하는 것을 보려면 202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이날 1%포인트에 달하는 인상을 강행한 점도 ‘울트라 빅스텝’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를 키웠다.
우리 시간으로 오후 2시 13분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2.1%에 달한다. 전날만 해도 7.6%에 그쳤다. 또한 올해 연말 금리가 3.75~4.00%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43.7%로 가장 많았다.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도 1% 인상에 힘을 실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묻는 말에 “모든 것이 논의 가능하다”고 했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7월에 0.75%포인트 미만으로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7월 미시간대 기대 인플레 주목
CPI가 발표된 후 채권 시장이 특히 요동쳤다. 경기침체 시그널로 통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7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0.09%포인트 오른 3.13%를, 10년물 국채 금리는 0.05%포인트 하락한 2.91%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 금리와 10년물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는 0.22%포인트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고 FT는 지적했다.3월 초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 원유 가격이 이번 달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폭락한 만큼,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아문디의 미 주식 책임자인 마르코 피론디니는 최근의 유가 하락에 힘입어 인플레이션이 여름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연말이 되면 인플레이션 수치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FT는 주거비 등이 포함된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이번 6월 CPI에서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0.7%, 작년 동월 대비 5.6% 증가했다. 이는 1991년 2월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이다.
시장은 이번 주 15일 발표되는 7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예비치)를 주목한다. 연준은 지난달 미시간대가 조사한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게 나오자,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회의에서 인플레 기대치를 자이언트 스텝의 배경으로 꼽았다. 만약 미시간대 기대 인플레가 이번에도 높게 나오면 1%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것이다.
암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스텐리는 “연준이 9월부터는 0.5%포인트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생각했지만, 인플레이션 수치가 5월과 6월처럼 높게 나오면 모든 베팅은 취소된다”고 말했다.
연준 관료들의 발언도 예고돼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보스틱 연은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등의 연설이 이번 주 예정돼 있다. FOMC를 앞둔 만큼, 연준 관계자들은 다음 주부터 금리 인상 등과 관련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