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간으로 오늘 밤 9시 30분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 모습이다. 5월에 이어 6월에도 CPI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을 것이란 전망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휘청일 것이란 우려다. 가짜 CPI 보고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는 등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이 6월 CPI 수치에 쏠려 있다.
6월 CPI 10% 넘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6월 CPI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가짜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확산하며 뉴욕 증시의 주요 3대 지수가 흔들렸다.
문서가 퍼지면서 주식 시장은 공포에 질렸다. 오전 11시 30분(미국 동부 시간)부터 유통되기 시작한 가짜 문서는 급속도로 퍼지면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등의 하락을 이끌었다고 FT는 전했다.
오전 내내 큰 변동을 보이지 않던 S&P500 지수는 오후 2시께(미 동부 시간)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하락폭을 키웠다. 이후 손실이 일부 회복했으나 결국 0.9% 떨어지면서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S&P500 지수와 동일한 패턴을 보인 뒤 0.9% 하락했다.
그러나 해당 문서는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 통계국은 “우리는 트위터에서 유통되는 가짜 CPI 이미지를 파악했다”며 “그것은 가짜다”고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이어 “내일 오전 8시 30분(미국 동부 표준시)에 발표되는 진짜 CPI를 봐달라”고 덧붙였다.
뜨거운 인플레이션 수치가 계속되면 연준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고, 이는 주식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5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오르며 시장의 예상을 깨고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찍자, 연준은 지난달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렸다. 만약 6월 CPI도 역대급 수준을 기록한다면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커지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들이 6월 CPI가 9%에 달할 것으로 보는 등 다수 이코노미스트는 전달보다 더 큰 폭으로 물가가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이 10.2%라는 가짜 문서를 믿은 데는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백악관은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CPI는 후행적”,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6월 CPI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듯한 발언을 내놨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6월 CPI 수치는 이미 지난 일(out of date)”이라며 “에너지 가격이 이번 달에 크게 하락했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은 최근 급격히 하락했으나 6월 CPI에는 이러한 추세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후행적"이라는 설명이다.
CPI, 6월 피크아웃 대세...연말 다시 ‘불똥’ 우려도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한 유가는 최근 하락세다.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배럴당 95.84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6월 8일만 해도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겼었다.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CPI는 피크아웃(정점 찍고 하락)할 수 있다. 6월에 정점을 찍은 뒤 상승률이 둔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말에 국제 유가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미국 경제 부문 부문장인 마이클 개펜은 “올해 하반기의 고민은 이것이 절대적인 피크가 아니라 단지 단기적인 피크일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냐면서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에너지 시장이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고 CNBC에 말했다. 이어 “유럽이 얼마나 엄격하게 그들이 정한 (원유 수입 금지) 데드라인을 준수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12월 31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완전히 멈추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급 부족으로 국제 유가는 다시 오름세로 전환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성명을 통해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2022년과 2023년 GDP 성장률 예상치는 각각 2.3%, 1.0%로, 이는 6월에 발표한 전망치보다 각각 0.6% 포인트, 0.7%포인트 낮춘 것이다.
실업률은 높였다. 올해 실업률은 기존 3.2%에서 3.7%로 상향 조정했고, 2024년(5.2%)과 2025년(5.0%) 모두 실업률이 5%를 넘길 것으로 봤다.
IMF는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물가 상승세를 신속하게 늦추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공급망 혼란 등으로 인해서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