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후에도 아베노믹스가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마침표를 찍을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이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아베노믹스, 녹슨 日 경제 바퀴 움직여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등 외신은 아베노믹스의 운명에 주목했다.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소식이 전해진 뒤 8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 중 한때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 그간 하락하기만 했던 엔의 가치가 꿈틀댄 것은 ‘초금융완화주의’를 이끌었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인 아베 전 총리는 △대담한 금융정책을 통한 양적완화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공격적인 성장 전략 추진 등 '세 개의 화살'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추구했다.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로 당선된 아베 전 총리는 통화완화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일본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을 겪으며 침체에 빠진 상황이었다.
총리로 복귀한 2013년 1월에는 일본은행(BOJ)과 함께 2%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공동 목표로 내걸고, 전 재무상 관료이자 아시아개발은행 총재였던 구로다 하루히코를 BOJ 총재로 임명했다. 지금도 BOJ를 이끄는 구로다 총재는 미국 등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으로 통화정책을 선회한 속에서도 초저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BOJ의 대규모 통화완화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특히 구로다 총재가 2023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후임 BOJ 총재에 대해 “다음 총재도 거시 분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이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상 아베노믹스를 이어갈 총재를 지명하도록 현 내각을 은근히 압박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아베 집권 시기에) 제조업이 안정되고 디플레이션이 사실상 종식됐으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기업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급여를 인상하라는 자극을 받았다”고 평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큰 폭의 임금인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생산성을 높이는 데까지 이르지도 못했다. 아베 집권 기간 BOJ가 목표했던 물가상승률 2%도 볼 수 없었다.
미쓰비시 UFJ리서치앤컨설팅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고바야시 신이치로는 “(아베노믹스가 시작되고) 경제의 녹슨 바퀴가 오랜만에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모멘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며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경제 문제가 얼마나 뿌리 깊고 해결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소식이 전해진 뒤 8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 중 한때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 그간 하락하기만 했던 엔의 가치가 꿈틀댄 것은 ‘초금융완화주의’를 이끌었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인 아베 전 총리는 △대담한 금융정책을 통한 양적완화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공격적인 성장 전략 추진 등 '세 개의 화살'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추구했다.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로 당선된 아베 전 총리는 통화완화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일본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을 겪으며 침체에 빠진 상황이었다.
총리로 복귀한 2013년 1월에는 일본은행(BOJ)과 함께 2%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공동 목표로 내걸고, 전 재무상 관료이자 아시아개발은행 총재였던 구로다 하루히코를 BOJ 총재로 임명했다. 지금도 BOJ를 이끄는 구로다 총재는 미국 등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으로 통화정책을 선회한 속에서도 초저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BOJ의 대규모 통화완화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특히 구로다 총재가 2023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후임 BOJ 총재에 대해 “다음 총재도 거시 분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이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상 아베노믹스를 이어갈 총재를 지명하도록 현 내각을 은근히 압박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아베 집권 시기에) 제조업이 안정되고 디플레이션이 사실상 종식됐으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기업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급여를 인상하라는 자극을 받았다”고 평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큰 폭의 임금인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생산성을 높이는 데까지 이르지도 못했다. 아베 집권 기간 BOJ가 목표했던 물가상승률 2%도 볼 수 없었다.
미쓰비시 UFJ리서치앤컨설팅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고바야시 신이치로는 “(아베노믹스가 시작되고) 경제의 녹슨 바퀴가 오랜만에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모멘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며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경제 문제가 얼마나 뿌리 깊고 해결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베 사후에도 아베노믹스 계속될까
자민당 최대 파벌의 중심축이었던 아베 전 총리의 비극적 죽음이 일본 경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10월 총리로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집권 초 아베노믹스를 거스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아베노믹스 프레임하에서는 외면받았던 불평등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둔 ‘신자본주의’를 강조했다. 이런 기조하에 소득재분배 강화와 금융소득세 인상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다.
기시다 총리의 경제정책 초안을 만든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전 골드만삭스 은행가인 시부사와 켄은 총리가 ‘포용적 자본주의(inclusive capitalism)'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많은 돈을 찍어내면 어디로 가나? 이미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간다”며 “(아베노믹스하에서) 나는 세 개의 화살을 보지 못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얼마 후 기시다 총리는 “금융소득세 개편을 당분간 생각하지 않겠다”며 뒤로 물러났다. 이와 관련 FT는 “집권 자민당 내 최대 세력인 아베 전 총리의 강력한 영향력이 태도 변화의 요인일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발표한 기시다 내각의 경제 의제 초안 역시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과감한 통화 정책, 유연한 재정 정책, 성장 전략의 세 가지 화살을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아베노믹스를 이어받겠다고 밝힌 셈이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기시다 내각이 엔화 하락세를 완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수정하도록 BOJ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본다.
바클레이즈의 일본 경제 연구책임자인 야마카와 데츠후미는 자민당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 기시다가 아베노믹스와 엔화 약세 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에 더 많은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극단적인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차기 BOJ 총재 임명에서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사라진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다. 블룸버그는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BOJ의 리더십을 재편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아베 전 총리가 지난 2013년에 구로다 등 핵심 인물들을 직접 임명하면서 전례 없는 통화 부양의 물결이 시작됐다”고 짚었다. 새로운 총재 임명을 통해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아베노믹스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의 신자본주의는 확대 재정 정책을 기본으로 해서, 기본적으로 차입비용을 억제하는 데 의존한다. 일본의 막대한 부채 부담을 고려할 때 BOJ가 섣불리 긴축정책으로 선회하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다.
MUFG은행의 수석일본전략가이자 전직 BOJ 간부인 세키도 다카히로는 “추가 재정 지출이 예상되기 때문에 BOJ가 차입 비용을 올리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그것은 시장을 매우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10월 총리로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집권 초 아베노믹스를 거스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아베노믹스 프레임하에서는 외면받았던 불평등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둔 ‘신자본주의’를 강조했다. 이런 기조하에 소득재분배 강화와 금융소득세 인상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다.
기시다 총리의 경제정책 초안을 만든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전 골드만삭스 은행가인 시부사와 켄은 총리가 ‘포용적 자본주의(inclusive capitalism)'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많은 돈을 찍어내면 어디로 가나? 이미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간다”며 “(아베노믹스하에서) 나는 세 개의 화살을 보지 못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얼마 후 기시다 총리는 “금융소득세 개편을 당분간 생각하지 않겠다”며 뒤로 물러났다. 이와 관련 FT는 “집권 자민당 내 최대 세력인 아베 전 총리의 강력한 영향력이 태도 변화의 요인일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발표한 기시다 내각의 경제 의제 초안 역시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과감한 통화 정책, 유연한 재정 정책, 성장 전략의 세 가지 화살을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아베노믹스를 이어받겠다고 밝힌 셈이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기시다 내각이 엔화 하락세를 완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수정하도록 BOJ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본다.
바클레이즈의 일본 경제 연구책임자인 야마카와 데츠후미는 자민당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 기시다가 아베노믹스와 엔화 약세 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에 더 많은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극단적인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차기 BOJ 총재 임명에서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사라진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다. 블룸버그는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BOJ의 리더십을 재편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아베 전 총리가 지난 2013년에 구로다 등 핵심 인물들을 직접 임명하면서 전례 없는 통화 부양의 물결이 시작됐다”고 짚었다. 새로운 총재 임명을 통해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아베노믹스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의 신자본주의는 확대 재정 정책을 기본으로 해서, 기본적으로 차입비용을 억제하는 데 의존한다. 일본의 막대한 부채 부담을 고려할 때 BOJ가 섣불리 긴축정책으로 선회하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다.
MUFG은행의 수석일본전략가이자 전직 BOJ 간부인 세키도 다카히로는 “추가 재정 지출이 예상되기 때문에 BOJ가 차입 비용을 올리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그것은 시장을 매우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