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환율 지표는 앞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8.2원 높은 1308.5원에 출발한 지 2분 만에 1311.0원까지 올랐다. 2009년 7월 13일(고가 기준 1315.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30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03.7원)을 4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이후 가까스로 상승폭을 줄이더니 전날보다 6.0원 오른 1306.3원에 마감했다.
전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이 원화 약세를 이끄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소비 둔화 우려에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국제유가는 10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5월11일(99.76달러) 이후 처음이다.
경기 침체의 신호로 평가되는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도 3주 만에 다시 나타나면서 달러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통상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를 웃도는데, 반대로 될 경우 시장은 이를 경기 침체 신호로 받아들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년물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10년물은 경기 방향성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유지되면서 경기침체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1.0281달러까지 떨어지며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보내는 가스 공급량이 줄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데다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덮친 결과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6.7선까지 뛰며 2002년 12월 2일 이후 약 20년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리스크 부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달러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