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환율·임금 '4중고'에 사지 몰린 중소기업

2022-07-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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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둔화 이어지며 中企 체감경기 악화

중소기업계 "세제 개선·금융지원·규제개선 나서야"

[사진=게티이미지]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금리·환율·최저임금 인상 등 4중고에 몰리며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까지 이어지며 체감경기는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세제 개선, 금융지원 강화, 규제타파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 중소기업 하반기 경기전망 작년보다 악화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15∼24일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2022년 하반기 경기전망조사’를 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하반기 경기전망지수(SBHI)는 87.6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포인트(p)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라는 의미다.
 
하반기 SBHI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경우 펄프·종이 및 종이제품업(54.2), 섬유제품업(54.2), 전기장비업(68.2)은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업에서는 부동산업 및 임대업(60.0), 도매 및 소매업(84.0)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37.4%였다. 호전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12.4%에 불과했다.
 
세부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 악화됐다는 응답 중 ‘의복·의복 액세서리 및 모피제품’(72.7%)과 ‘자동차·트레일러’(72.7%)에서 가장 높았다. 서비스업에서 악화됐다는 응답은 ‘부동산업·임대업’(52.0%)에서 가장 많았다.
 
하반기 예상되는 애로 요인(복수응답)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58.8%로 1위였다. 이어 내수 부진 31.2%, 인력 수급난 29.8%, 금리상승 28.4%, 최저임금 상승 19.4% 등 순이었다.
 
상반기 겪은 애로 요인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62.6%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내수부진(35.2%), 인력 수급난(29.8%), 금리상승(25.2%), 최저임금 상승(22.8%) 등의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상·하반기 모두 제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경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목했다. 서비스업은 상반기 내수부진과 하반기 인력수급난을 1순위 경영 애로로 꼽았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경기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복수응답)으로는 세금 및 각종 부담금 인하(61.4%), 금융지원(45.0%), 인력난 해소(34.6%), 원자재 수급 안정화(28.6%), 근로시간 유연화(20.0%) 순으로 꼽혔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영실적 회복 예상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7.0%가 ‘2024년 이후’라고 답했다. 이어 2023년 상반기·하반기(23.0%), 2022년 하반기(14.8%) 등 순으로 나타났다. 경영실적 회복 시기가 늦어질수록 높은 응답률을 보여 중소기업의 업황 개선 기대감이 다소 위축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아주경제]

◆ 폐업 공장 속출…중고 장비도 쏟아져
중기중앙회에서 발표한 지수처럼 하반기에도 어려움이 계속될 경우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줄 폐업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 중 휴·폐업 기업은 올해 1∼5월 기준 218개로 전년 동기 160개 대비 58개(36.3%) 증가했다.
 
폐업 공장 속출은 법인 파산 수치에 반영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5월 중소기업 동향을 보면 4월 법인 파산 누계 건수는 29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건(7.2%) 늘었다.
 
4월만 놓고 봐도 8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8건(11.1%)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공장가동률도 50인 미만 소기업은 70%를 하회하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의 휴·폐업으로 설비 매물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기계·설비거래 플랫폼 자산거래중개장터에서도 지난해 매물 건수는 838건으로 사이트 개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784건 대비 6.9%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등록 물건도 31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276건 대비 40건이나 늘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만 잡히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에 더해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돼 중소기업 체감경기는 지난해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 본부장은 “중소기업의 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세제 개선, 금융지원 강화 등 경제 활성화 조치와 더불어 과감한 규제개선으로 기업활동의 장애물을 걷어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중기부, 기업리스크 대응 TF 활동 본격화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9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처한 리스크 진단과 그에 따른 선제적 대응을 위해 ‘기업리스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신설·개최했다.
 
한국은 고유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8.6%), 유로존(8.1%) 등 주요국의 5월 물가는 시장의 기대를 상회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물가상승 압력은 미국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촉발했다.
 
국내 물가도 지난달 5.4%를 기록한 데 이어 상방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도 연초 1.00%에서 현재 1.75%까지 올랐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회의에서 “기업리스크 대응 체계를 긴밀히 유지하고,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소기업 분야에 대한 선제적 점검과 진단, 현장 애로 과제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차질없이 이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진공은 4일 제조 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소기업 혁신바우처 사업 2차 참여기업 모집을 시작했다.
 
혁신바우처는 컨설팅·기술지원·마케팅 서비스를 맞춤형 패키지 형태로 제공해 제조 중소기업의 경영 혁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3개년 평균 매출액 120억원 이하 제조 소기업이다.
 
올해 1차 공고의 경우 총 498억원 규모로 일반·재기컨설팅, 탄소중립 경영혁신 바우처를 지원했다. 2차 모집에서는 기업 특성별 맞춤형 지원을 위해 고도화 서비스 바우처(20억원)와 지역단위 자율형 바우처(100억원)가 신설됐다. 총 120억원 규모다.
 
김학도 중진공 이사장은 “제조 소기업의 혁신성장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수요자 맞춤형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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