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 없는 선택' 앞에선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내부 봉합 가능할까

2022-07-05 15:17
  • 글자크기 설정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청장으로 윤희근 경찰청 차장(54)이 내정됐다. 윤 내정자의 앞길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이에 반발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과 직면하게 된다. 특히 경찰청장 개별면담 과정에서 경찰국 신설에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의 반발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가경찰위원회는 5일 임시회의를 열고 윤 내정자에 대한 면접을 한 이후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안’을 의결했다. 향후 행안부 장관이 내정자를 제청하고, 윤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경찰청장 임기는 2년이다.

윤 내정자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1991년 경찰대(7기)를 졸업했다. 그는 서울경찰청 정보과장·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 경비국장 등을 지냈다. 경찰 내 대표적 ‘정보통’으로 꼽힌다.

윤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이어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 5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 ‘넘버투’인 경찰청 차장에 임명됐다. 경찰청장(치안총감) 인사 절차를 모두 거치면 7개월 만에 경무관에서 치안총감까지 초고속 승진하는 사례로 기록된다.

윤 내정자는 이날 경찰위 임시회의에 출석하며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크고 엄중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기에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경찰 권한과 역할이 민주적 통제 하에 이뤄져야 하고, 경찰권 행사는 중립성·책임성 또한 존중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행안부와 협의 과정을 거치며 최대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의 말처럼 일선 현장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일선 경찰관들은 삭발과 단식투쟁까지 감행하면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내정자가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경찰국 신설은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윤 내정자의 선택지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장 후보자들을 개별면담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최근 해당 개별면담 과정에서 윤 내정자가 경찰국 신설에 대해 공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회장단은 지난 4일 "행안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즉각 멈추라"며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반대 기자회견을 연 뒤 단체로 삭발을 감행했다. 윤 내정자와 손발을 맞출 간부인사가 이미 끝난 것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의 직접통제가 공식화된 가운데,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윤 내정자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이 장관이 전 정권에 대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윤 내정자에게는 부담 요소다. 일선 경찰관들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와 관련됐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이날 국가경찰위원회 임시회의 참석 전에 기자들과 만나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돼야 했을 사안 중에 수사가 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수사는 예민한 문제여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나중에 찬찬히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이 장관은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에 대해 “일선 경찰의 반발이 아니라 직협의 단체 행동”이라고 강조하며 “일부 야당의 주장에 편승하는 듯한 정치적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일선 반발이라는 건 (행안부의 경찰 조직 신설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좀 덜 돼서 그런 말씀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또 직협 당사자들은 이런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자세히 전달하지 않고 오히려 내용을 왜곡해 전달하니 다분히 정치적이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 이후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표면적 의견수렴도 없이 직협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