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기준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은행권의 대출은 감소한 반면, 예·적금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출받아 주식,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분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고, 시중은행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신 금리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은행 예·적금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릴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494억원 줄어든 699조65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6개월 연속 감소세다. 가계대출이 600조원대로 내려간 건 2021년 8월(698조8149억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주식, 가상화폐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올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투자심리가 꺾였고, 이는 대출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급격한 대출 금리 상승세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신규 대출 수요가 감소세를 지속했고, 신용대출은 증시 등 자본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전월 대비 줄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예·적금 규모는 모두 늘었다. 정기예금은 전월 대비 5조3191억원 늘어난 685조959억원, 정기적금은 전월 대비 7046억원 늘어난 37조4643억원을 기록했다.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잔액은 전월 대비 3조1240억원 증가한 118조6572억원, 요구불예금은 6조3512억원 증가한 709조963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연 3~4%대의 이자를 주는 정기 예·적금 상품을 출시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최근 연 최대 4%의 이자를 주는 적금 상품을 내놓았고, 우리은행 또한 지난달 말 최고 금리가 연 3.20%인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11일 금리가 연 3%대인 정기예금을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 간 예·적금, 요구불예금을 통한 자금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금융의 디지털화로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향후 저원가성예금 이탈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은행은 부족한 자금을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금리 인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높여 정기예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