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인(人)]임성준 재베트남 한국건설협회 회장

2022-06-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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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한국건설협회는 K건설의 제2도약 위해 구심점 역할해 나갈 것"

"현지 건설업은 현재 포화상태…한국 건설기업만의 차별점 가져야"

"토지법 개정은 베트남 사회의 변천과정...수차례 논의 거쳐 개정될 것"

"베트남 한인사회 재차 도약 중...일부 근거없는 악의적인 비판 사라져야"

임성준 재베트남 한국건설협회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한인사회의 마당발로 통한다. 하노이 어느 단체를 가든 임 회장을 통하면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베트남 건설협회를 포함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한인상공인연합회(코참), 세계한인무역협회(옥타), 베트남중소기업연합회(케이비즈) 등 주요 한인 단체들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온 이력을 보면 이런 평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베트남 현지 한인 40·50 세대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50대 초반인 임 회장은 이른바 '새내기 교민'들에게 든든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왔다. 풍부한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에 첫발을 디딘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베트남 생활 벌써 16년 차. 임 회장은 지난 2006년 현대건설 베트남 리모델링 건설 해외부문 업무로 이곳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8년 극동건설 베트남(호찌민·하노이) 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는 창업을 통해 건축자재, 실내장식업(인테리어) 전문업체인 태림(TALIM)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설업계 현황에 대해 “베트남 경제발전과 맞물려 현지 건설업계도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관련 시장 전망은 상당히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베트남 내 한국 건설사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면서 지금부터가 K-건설이 본격적으로 제2도약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시기임을 강조했다. 다음은 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임성준 재베트남 한국건설협회 회장 [사진=아주경제 DB]

-재베트남 한국건설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재베트남 한국건설협회는 2015년 3월 창립총회를 거쳐 설립됐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협력과 정보 교환, 친목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베트남 정부의 건설 관련 정책에 대한 건의와 불합리한 행정처리에 대한 대응, 발주처와의 원만한 관계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직 구성으로 보면 총 3개 분과가 있는데 먼저 1분과는 주로 한국에 본사를 둔 건설사, 2분과는 베트남 현지의 한국건설사, 3분과는 건축, 설계 등 엔지니어링 관련 회사들이다. 본인은 현재 2분과 회장을 맡고 있다. 이렇게 한국 건설사들이 한데 모이면, 향후 입찰수주, 베트남 건설업계 동향 등을 파악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내년부터 건설협회는 본격적으로 상호 협력을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꾸준한 준비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다."

-베트남 건설업의 전반적인 현황은.
"베트남이 수출 주도형 신흥국이라는 점에서 잘 부각되지 않지만, 건설이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산업 비중은 지난해 기준 5.8%로 19개의 주요 산업분야 중 5번째다. 특히 인력창출 분야에서 건설근로자는 2018년 기준 430만명으로 전체 근로인력 중 7.8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에는 약 100만 명의 신규근로자가 유입됐다. 

게다가 베트남 건설 분야는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여파로 건설시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회복세가 가파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건설 시장 규모는 2020년 403조동에서 2024년 633조동으로 약 57% 이상 규모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며, 동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1.9%로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베트남은 신흥국의 특성상 인프라 관련 건설수요가 많은 특징이 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베트남의 인프라 투자(에너지, 통신, 교통, 수자원)는 2020년 192억 달러에서 2040년 319억 달러로 증가해 동기간 누적 투자는 443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또 베트남 정부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에 따라 이를 반영한 투자 소요는 2020년 201억 달러에서 2030년 266억 달러로 증가하고 동기간 누적 투자는 2569억 달러로 추산돼 업계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건설분야에서 한국 건설사들의 주요 동향은.
"베트남 건설 사업은 크게 개발사업, 수주사업이 있다. 수주사업에는 해외차관의 재원이 투입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현지 일반수주로 나뉜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현지 일반수주보다는 ODA 인프라 사업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베트남 현지 건설사들이 급격한 성장을 이뤄왔다. 특히 많은 베트남 건설기업들이 외국 기업들과의 협력 경험을 통해 기술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ODA 관련 사업 베트남의 발전에 따라 기금액이 줄어들면서 사업 발주가 적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대까지만 해도 수많은 한국 건설회사들의 사무소가 베트남에 있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대부분 철수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로서 앞으로 베트남 내 한국 건설회사는 신자재의 적용, 설계 고도화, 솔루션 개발 등 더욱더 고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문 공사에 대해서 여전히 한국기업의 장점이 부각된다. 따라서 각 전문 부문의 경쟁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한국기업만의 차별성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련해 최근 베트남에서 토지법 개정에 대한 문제가 활발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나.
"베트남 토지법 개정은 수년 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다. 특히 최근에는 베트남 지가상승과 맞물려 이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토지법은 결국 베트남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 입장에서 베트남은 건설을 진행하기 전에 토지수용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 또 지가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어 업계 관계자들이 이를 알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향후 토지법은 이러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수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베트남은 한국과 달리 건설정책과 관련 법규가 미비해 계속해서 변경을 거듭하고 있다. 행정정책을 명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한국 건설업계도 베트남 토지법 관련 사항을 향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 소개할 만한 에피소드나 일화가 있다면.
"지난 2008년 극동건설 베트남 지사장으로 근무할 때다. 당시 초창기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다른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과 다르게 사업의 필수적인 인허가와 관련된 부분들이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됐다. 당시 본사에서는 독촉이 많았다. 현지 주재원으로 근무하다 보니 한국과 다른 베트남의 현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합법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지 아니면 뒷돈을 주는 소위 언더페이 등 다른 쉬운 방법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선택과 책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본인은 시간이 걸려도 설립 초반부터 최대한 적법한 과정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자 했다. 결국 인내와 노력을 통해 극동건설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관련 사업을 순조롭게 수행해나갈 수 있었다."

-16년 차 중견 기업인으로 베트남 사업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여전히 소위 말하는 베트남 ‘인생 수업료’를 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이미 많은 한국분들이 베트남 환경과 활동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만큼 쉽게 생각하는 탓이 크다. 
베트남은 해외인 만큼 그들의 문화화 습관을 간과하지 말고 그들 내면의 진정한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베트남인들을 존중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화’를 다스리고 우리와 다른 점을 이해할 때, 베트남인 파트너와 생산적인 대화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베트남의 시간을 한국의 시간 3배 이상으로 느리게 보고 사업을 진행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신이 이러한 관점으로 사업 동반자와 직원들을 대한다면 베트남의 또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베트남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베트남이 발전하면서 상식 이하의 상황은 경험상 점차 적어지고 있으며, 관련 법규와 절차가 날로 중요해지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사업에 앞서 누구보다도 본인 자신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현지 로컬업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요즘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에서 일부 한국 누리꾼들의 베트남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영상을 보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금까지 본인이 만난 베트남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는 베트남의 매력을 한층 더 크고 깊게 만들어주었다. 그들이 가진 열정과 의지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본인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30대 중반 나이에 주재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인생 황금기를 보낸 베트남은 제2의 고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베트남을 모두 안다고 할 수 없다. 본인은 여전히 베트남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베트남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다만 그간의 경험이 있는 만큼 베트남을 배우고자 하는 한국 후배들이 온다면, 베트남 사업 노하우를 포함해 생활의 유의점 등 다양한 방면의 조언을 해주고 싶다." 
 

임성준 재베트남 한국건설협회 회장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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