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동향] 미국 금리인상, 석유시장에도 충격...국내 시장도 고환율 타격

2022-06-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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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금리인상이 국제 석유시장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석유 선물시장에서 거래가격은 일주일 만에 배럴당 약 10달러가 하락했으며, 현물 가격도 내림세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국내 기름값 전망은 비관적인데, 이유는 높은 환율로 인해 국제유가 하락 체감이 낮기 때문이다. 여전히 6월 국제유가 평균가격은 올해 평균보다 14달러 높은 배럴당 115달러를 유지 중이며, 환율은 이달 들어 올해 평균대비 약 36원이 올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7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국민 체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에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던 정유업계도 마냥 기뻐할 수는 없게 됐다. 국내 석유 수입의 33%를 책임지는 사우디 아람코가 다음 달부터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며, 고환율로 인해 석유를 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한화도 더욱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상 발표에 원유 선물시장 가격 폭락...국제유가도 내림세 전환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셋째 주(6월 13~16일) 두바이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0.7달러 내린 배럴당 116.4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전주 대비 1.31달러 내린 배럴당 120.44달러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주 대비 2.25달러 내린 118.19달러로 집계됐다.
 
6월 셋째 주 국제유가의 하락은 국제금융의 영향이 크다. 지난 16일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199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상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이례적인 조치라면서도 7월에도 0.5~0.75%p의 추가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달러는 국제 석유거래에 사용되는 주요 통화 중 하나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선물시장에서의 이자 비용 등이 올라 투자심리가 위축,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 금리인상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과 연계돼 석유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 연준에 이어 영국중앙은행(BOE) 역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기로 밝혀 런던 국제 석유거래소(IPE)에서의 유가 역시 내림세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의 WTI 선물가격은 지난 10일 배럴당 120.67달러에서 17일 기준 109.56달러로 일주일 새 10달러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IPE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122.01달러에서 113.12달러로 내려앉았다. 특히 선물가격 하락 폭은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밝힌 16일에만 각각 △8.03달러 △6.69달러 하락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에 크게 베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바이 방문 기대감이 하락 요인이 됐으면 리비아 정정불안, 미국의 이란 관련 추가 제재는 하락 폭을 제한했다. 수급측면에서는 미국 상업 원유 재고가 늘면서 하락요인이 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국의 상업 원유 재고와 중간유분 재고는 전주대비 각각 196만 배럴, 73만 배럴 증가하면서 시장전망치를 크게 넘어섰다. 미국의 주간 원유 생산 역시 전주 대비 하루 10만 배럴이 증가한 1200만 배럴을 기록했다.
 
◆ 석유제품은 여전히 고공행진...180달러 넘어선 경유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전의 국제유가를 반영한 탓에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경유 가격은 배럴당 180달러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약 2주 후에는 해당 가격이 국내 주유소에 적용된다. 고환율까지 겹쳐 경유 가격 리터당 2000원 돌파를 넘어선 충격이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공수요 회복에 따른 항공유 사용량도 늘어 등유 가격 역시 배럴당 170달러를 앞두고 있다.
 
6월 셋째 주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경유(0.001%) 가격은 전주 대비 4.01달러 오른 배럴당 180.64달러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0.46달러 내린 배럴당 150.53달러로, 등유 가격은 1.97달러 오른 배럴당 168.7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6주 연속 오름세다. 6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43.4원 오른 리터당 2080.9원을 기록했다. 경유는 전주 대비 51.9원 오른 리터당 2082.7원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만큼 주유소 기름값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금리인상에 따른 원유가격 하락이 국제 석유시장에 반영되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 오름세도 잠시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유가 대응을 위해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하고, 하반기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80%로 높이기로 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유가 하락 체감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7월까지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높은 환율로 국내 정유사들의 수입 대금은 물론 주유소 공급가까지 모두 뛸 것이기 때문이다.
 
◆ 고환율에 내수감소까지...하반기 정유업계 실적도 타격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도 하반기부터는 이익이 다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석유 수입의 3분의1을 책임지는 사우디 아람코는 7월 OSP를 전월 대비 2.1달러 오른 배럴당 6.5달러로 결정했다. 올해 초 배럴당 3.3달러였던 것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뛰었으며, 지난해 1월 0.3달러와 비교하면 21배를 넘어선다.
 
OSP는 두바이유 등의 국제유가를 도입할 때 공급사에 추가로 지급하는 금액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사가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다음 달부터는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배럴당 2.1달러가 줄어들게 된다.
 
환율도 문제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평균 1264.09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올해 평균인 1228.48달러보다는 35.61원, 지난해 평균인 1144.42원보다는 119.67달러 오른 수치다. 17일 기준 환율은 1295원으로 1300원을 앞두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는 달러로 사 오고, 실적은 한화를 기준으로 발표한다. 즉 환율이 오르면 지불해야 하는 한화가 늘어나게 되고, 실적도 악화되는 것이다.
 
국내 석유제품 수요도 감소했다. 지난달 국내 석유제품 총수요는 7983만 배럴로 1월(8711만 배럴) 대비 8.35%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코로나19 대유행에도 1.15%가 증가한 것과는 비교되는 수치다.
 
업계관계자는 “6월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배럴당 22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지만 유례없는 고유가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수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7월부터는 OSP인상, 고환율 등으로 인해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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