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편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 따라 윤리경영 강화 등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진 데다 평가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대거 '물갈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LH, 올해는 성과급 받나…에너지공기업은 '노심초사'
17일 정부와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늦어도 20일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LH는 지난해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5조6000억원대 영업흑자를 내며 실적에 대한 계량평가 부문에서 최상위 점수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계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비계량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더라도 C등급 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한국전력공사와 한전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에너지공기업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연료비 폭등으로 올해까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턴 에너지공기업 간 상대평가로 등급이 나뉘어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D등급 2년 연속 받으면 기관장 해임 가능성…리더십 평가에 촉각
지난해 D등급을 받은 공공기관 기관장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 건의 사유가 된다. E등급은 즉시 해임 대상이다. 지난해 D등급을 받은 한국가스공사, 국립생태원, 한국고용정보원 등의 기관장은 취임 후 2번째 평가여서 이번에 D등급 이하를 받으면 해임대상이다.
C등급이 나와도 비계량 평가 부문인 리더십에서 낙제점인 D·E등급을 받으면 기관장들이 스스로 옷을 벗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기관평가에서는 C등급을 받았지만 리더십에서 D등급을 받아 스스로 사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공공기관 평가인 만큼 리더십 평가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장의 80%는 전 정부에서 임명돼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경영평가 지표를 토대로 기관장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올해 평가는 윤리경영에 초점…앞으론 재무건전성 중요해질 듯
이번 평가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지표는 '윤리경영'과 '재난 및 안전관리'다. 지난해 윤리경영에서 D·E등급을 받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이 131곳 중 절반이 넘는 73곳에 달한 만큼 이번에도 전체 경영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 윤리경영 지표 배점이 기존 3점에서 5점으로 확대됐다. 중대한 사회적 기본책무를 위반하거나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0점 처리도 가능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지표도 0점 처리가 가능해지는 등 안전관리 평가도 강화됐다.
정부는 지난해 발생한 점수집계 오류의 발생 가능성을 막기 위해 올해는 별도의 평가검증단을 구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평가단 간 정합성을 높이고 평점 집계·산정과 관련한 기술적 검증을 담당하는 평가검증단을 신설했다. 평가결과를 발표하기 전 종합검증을 위해 평가검증단·기재부·공공기관연구센터로 구성된 평가검증위원회도 구성했다.
올해는 평가단도 예년보다 1개월 일찍 출범했고, 평가위원 구성 역시 회계·경영·안전 등 분야별 전문가로 다양화됐다.
내년에는 경평 배점이 또 바뀔 전망이다. 새 정부의 기조인 재무건전성과 운영 효율화 등을 위해 재무 상황에 대한 평가 배점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는 경영평가에 일자리 창출, 균등 기회와 사회통합 등 경영관리 부문 배점을 높이고 재무관리 점수를 축소해 공공기관 임직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경평 결과는 직원들에게 매우 예민한 문제라 배점 등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배점에 맞춘 운영을 하다 보면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평가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는 사회적 가치 항목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재무건전성 등 운영 효율화에 대한 평가 배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경영평가 틀이 지속될 수 있는 지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공공기관 혁신 예고…직무·성과 중심 전환
공공기관 혁신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공공기관 혁신 추진을 예고했다.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운영되던 공공기관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 개혁을 알린 것이다.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그동안 악화된 수익성과 부채 등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관리제를 실시하고 연공 서열대로 이뤄지던 인사·보수 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전환한다.
공공기관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업무를 점검해 기능·인력 등도 조정할 계획이다. 기능성 테스트를 통해 민간 부문과 경합하거나 다른 공공기관에서 수행 중인 유사·중복 업무를 정비하는 방식이다.
재무건전성 확보 방안으로는 고(高)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를 도입한다. 부채비율, 총자산수익률 등 사업·재무위험 지표 등을 토대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 대상기관(39개) 중 10여개 기관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그동안 공공 부문 채용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공공기관 인력은 크게 늘었지만 수익성과 부채 등 재무는 오히려 악화한 데 따른 조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350여곳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44만3000여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32만8000여명 대비 35%가량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공공기관 당기순이익은 15조7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3분의1로 급감했다. 부채는 500조3000억원에서 544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