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박성중, 허은아, 황보승희 의원 등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농지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며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조선일보 계열사인 조선NS는 한 위원장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대전 유성구 덕명동 유성골프장 인근 농지를 농사에 활용하지 않고 별장처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한 위원장은 "해당 부지는 2020년 1월 공동상속(동생 포함 모두 5명) 받은 것으로, 대전에 거주해 영농이 가능한 셋째 동생이 농지원부를 발급받아 위탁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위원장에 대한 공세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선NS 보도에 따르면 한 위원장의 부지는 농막 이외에는 설치할 수 없음에도 2층 구조물과 테라스, 주차장, 진입로 및 보행로, 철제펜스, 태양광 조명 설비 등 불법 시설물이 설치돼 있다"며 "농막이 아니라 바비큐 파티까지 할 수 있는 별장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별장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포털의 도로 뷰를 제시했다. 의원들은 2018년 도로 뷰에는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던 농지에 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한 2019년 서서히 주택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2022년 4월에는 별장이나 다름없는 모습이 됐다"며 "명백한 농지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민 제보에 따르면 해당 농지 주변에 전원주택 조성과 같은 개발 호재가 있어 한 위원장이 상속받은 농지를 용도대로 쓰지 않고 별장으로 사용하면서 용지 변경과 개발 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추가 의혹이 나온다"며 "한 위원장이 위법과 공직자로서 도덕성 미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방통위원장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의 한 위원장에 대한 공세에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배경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출신인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9년 9월 보궐로 7대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것에 이어 2020년 8월 8대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했다. 3년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2023년 7월까지 자리를 지키며 국내 방송·미디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위원장에게 농지법 위반 의혹뿐만 아니라 업무처리 능력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방통위는 지난 2월 경기방송 신규방송사업자 공모 결과 도로교통공단이 7개 신청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돌연 자격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허가를 보류했다"며 "그간 지속적으로 도로교통공단의 보도 등 종합편성방송을 허용하고 있지 않았던 사실에 비춰 보면, 공모 과정에서 걸러야 할 사업자를 심사까지 마치고, 그것도 1위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에야 탈락시키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의혹 관련 보도에 대한 일부 방송사 주의 처분, KBS 이사진 구성 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측 추천 인사 거부, 권경애 변호사의 한 위원장 통화 폭로 등을 언급하면서 "좌파의 견해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 온 선수나 다름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여당이 한 위원장을 사퇴하도록 해 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고 규탄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지난 2020년 7월 한 위원장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요구한 모든 부동산 자료를 제출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 농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없다"며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며, 좌파 운운하며 중립이 가장 중요한 방송산업을 진영의 논리로 몰아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방송이 집권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추락하고 만다"며 "그러나 국민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집권 세력의 방송장악 기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모든 일의 뒤에는 한상혁 위원장,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 배제를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며 "방송장악 굿판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표현대로라면 좌파 위원장을 몰아내고 우파 위원장을 그 자리에 심겠다는 것인지, 사퇴를 위한 편파적 좌판을 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을 향해서는 "어떠한 사퇴 외압과 회유, 협박이 있을지라도 추호의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주어진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